요리 아닌 장사로 승부…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의 실험
'마스터셰프 코리아' '흑백요리사' 등 요리 서바이벌과 차별점

이름난 셰프도, 억 소리 나는 매출과 핫플레이스를 만든 주역도 이름값이 통하지 않는다. 오직 장사의 기술로 승부를 보는 tvN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이하 '스레파')가 기존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다른 재미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스레파'는 계급장을 떼고 출연한 셰프와 요식업 대표 등 20팀이 손님의 선택으로 생존과 탈락이 결정되는 장사 서바이벌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매출과 경력, 유명세를 모두 내려놓은 이들은 날것 그대로의 경쟁을 펼친다. 특히 모든 것이 갖춰진 세트장이 아닌 실제 상권 한복판에서 자신의 요리와 장사 수완을 검증받는다. 앞서 '현지에서 먹힐까?', '장사천재 백사장' 시리즈를 선보인 이우형 PD가 연출을 맡았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흑백요리사' 등 기존 요리 서바이벌이 실내 세트장에서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요리 실력과 테크닉을 겨뤘다면, '스레파'는 무대를 장사의 현장으로 옮겼다. 맛은 기본이다. 메뉴 구성부터 손님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운영 방식까지 장사의 모든 요소가 승패를 가른다. 요리 실력에 장사 감각까지 더한 새로운 경쟁 구도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지난 6월 14일 첫 방송에서는 유방녕, 임기학, 이연복, 에드워드 권 등 내로라하는 셰프들과 정호영, 홍석천, 송훈, 이모카세(김미령) 등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린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친숙한 얼굴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자칫 익숙한 그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스레파'는 요리보다 장사 자체에 초점을 맞추며 기존 프로그램과 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된 첫 미션에서 이연복 셰프는 손님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초조해했고, 중식 경력 56년을 자랑하는 유방녕 셰프는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흑백요리사'에서 백수저 팀으로 활약한 송훈 셰프 또한 경쟁팀의 상황을 수시로 살피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화려한 경력보다 손님의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셰프들의 모습은 색다른 긴장감을 안겼다.
전문가가 아닌 손님의 평가로 생존 유무 가르는 것 또한 눈여겨 볼 점이다. 전문 용어가 섞인 미식 평가보다 "맛있다" 혹은 "어딘가 부족하다"는 손님들의 직관적인 판단이 기준이 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인 만큼 시청자들도 결과를 쉽게 납득하고 몰입할 수 있다. 여기에 별점 시스템을 더해 리뷰와 평점에 좌우되는 장사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다. 전문가의 평가보다 실제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한 장사의 특성을 녹여낸 것이다.
'스레파'는 단순한 요리 프로그램을 넘어 자영업의 현실을 담아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상권 분석이 매출로 이어지고, 가격 전략, 메뉴 구성, 회전율 등 실제 장사에서 고민해야 할 요소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잘되는 가게와 외면받는 가게가 갈리는 과정은 현실 속 자영업의 축소판을 연상케 한다. 음식을 만드는 기술보다 어떻게 팔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을 그리며 기존 요리 예능과는 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오랜 시간 방송가에서는 노래, 춤, 요리,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청자와 만나왔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수요는 분명하지만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면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스레파'는 요리에 장사라는 현실적인 요소를 더하며 기존 요리 서바이벌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뤘고, 시청자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김연주 기자 yeonju.kim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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