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노"가 쏘아 올린 '노' 논란…일베 용어? 사투리? 확인해 보니[노컷체크]
의문사가 없는 문장에서 '-노'가 나타날 경우 의문형 어미 아닌 '감탄형 어미'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
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무섭노' 발언을 두고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논란이 일고 있다. '~노'라는 어미를 사용하는 것이 일베식 표현이라는 것이다. 과연 말끝에 붙는 '~노'는 일반적인 경상도 사투리 표현이 아닌 걸까?
지난 6월 28일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는 원이가 일본인 멤버 미나미의 고향집을 방문한 영상이 게시됐다. 해당 영상에서 원이가 불 꺼진 미나니의 동생 방에 들어가려고 하자 PD가 "무섭노"라고 말했고, 이어 원이도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무섭노"라는 말투가 '일베식 표현'이라는 입장과 경상도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노' 종결어미, 2010년 이전에는 없었을까?
'-노'체가 일베식 표현이라고 하는데, 약칭 '일베'라고 불리는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는 2010년 개설됐다.
일베에서는 일명 '노노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모독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노체'라는 일베식 표현은 적어도 2010년 이후 사용했어야 한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에서 "무섭노"를 검색한 결과, 일베가 개설되기 전인 2010년 이전 인터넷 게시물 다수에서 "무섭노"를 사용한 글이 발견됐다. 이 밖에도 '귀엽노' '재밌노' 등의 표현도 찾아볼 수 있다.

훨씬 더 이전인 1980년대 자료에서도 '-노'를 사용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구비문학 대계'에 실린 신세타령(2)에 따르면, 1980년 6월 6일 경상북도 영덕군 창수면 신기1동 할머니들의 민요를 조사할 당시 "주인 할머니 옆에 앉아 있던, 주인 할머니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할머니가 자기도 신세타령 노래를 했다. 시작하다가 '눈물부터 나노'하고서는,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도 "눈물부터 나노"라며 종결어미 '-노'를 사용한 말이 등장한다.
의문문 종결어미 아닌 '-노'는 경상도 방언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의문형 종결어미가 아닌 '-노'는 일베식 표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노'는 경상도 사투리라 말하는 동남방언에서 볼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의문형 종결어미 중 하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간행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최명옥 서울대 국어학 교수는 '동남방언'(1995년)에 따르면 '-노'는 '의문법어미' 중 '해라체'에 속하는 어미로, "어데 가노?"와 같이 '-고'와 함께 의문사가 있는 의문문에 사용한다.
국립국어원 역시 '-노'의 쓰임새에 관해 "경상 방언에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쓰이고 있으며, 과거부터 쓰여 왔던 어미"라고 설명했다. △의문사가 있는 의문문에서 용언의 어간이나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해라할 자리에 쓰여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의문사와 함께 쓰여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는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만 쓰이는 걸까?
대표적인 논란 중 하나가 2019년 인터넷에서 일베 표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던 "유익하고 재밌노"다. 의문문이 아닌 상황에서 '-노'가 사용된 것을 두고 '일베'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논란의 댓글을 단 A씨는 당시 부산 헬로tv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는 의미로 "유익하고 재밌노"라는 댓글을 달았다고 해명하며, 10대 때부터 사용한 말투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안태형 동아대 국어문화원 교수는 당시 헬로tv뉴스에 "동남방언에서는 '-노'가 의문형의 형태를 가지고는 있지만, 혼잣말이라든지 한탄·독백에서 감탄형으로도 쓰인다"며 "경남 방언으로 말하면 '와 이렇게 졸리노' 같은 경우에는 '왜 이렇게 졸리지'라는 표준어로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감탄의 형태일 경우에도 '-노'가 쓰인다"고 설명했다.
즉 "유익하고 재밌노"에서 '-노'의 쓰임 역시 의문문이 아닌 감탄형의 일종으로, '지역방언'에 속한다는 것이다.
"재밌노"라는 표현은 경상도 칠곡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 속에서도 등장한다. 영화 속 한 할머니는 농사 대신 글자를 배우게 된 상황을 두고 "고마 사는기, 배우는기 와 이리 재밌노"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사례에 관해 '한국어 판정·설명 의문형 종결 형태의 통시적 변화' 논문(서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국어학 전공 하정훈, 2022년 8월)에서도 동남 방언의 의문형 종결 형태 중 하나인 '-노'와 '-고'가 의문사가 없는 문장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며, 이때 '-노, -고'는 의문형 어미가 아닌 감탄형 어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그 사례로 "(음식을 먹고 나서) (생각보다) 맛있노(맛있네)" "(옷 가게에서 옷을 입어 보고) 짝노(작네)" "자는 아까 간다더만 아직도 안 갔노"(쟤는 아까 간다더니만 아직도 안 갔네) "(영화를 보고 나서) 기대 억수로 하고 봤더만 재미 하나또 없노" "3시는 넘은 줄 알았는데 1시고" 등을 들었다.
이에 따르면 표준어로 '-네'라는 감탄형 어미에 해당하는 게 경상도 방언의 '-노'다. 즉, 의문형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감탄형에서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노'는 '-네' '-는구나'에 비해서 '의외성'이 강하게 나타나 '원래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는 뜻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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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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