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살 생일 맞아 둘로 갈린 美… 의회가 만든 ‘원조’ 對 백악관이 만든 ‘실세’
전용기 띄운 백악관
“美 생일 도둑맞았다” 對 “생일 살렸다”
미국이 4일(현지시각) 독립선언 250주년을 두 쪽으로 갈린 채 기념했다. 의회가 10년 동안 공들인 조직 ‘아메리카(America)250’은 필라델피아에 타임캡슐을 묻었고, 트럼프 행정부가 세운 조직 ‘프리덤(Freedom)250’은 수도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 군용기를 띄우고 불꽃을 쏘아 올렸다. 국가가 여는 미국의 250번째 생일잔치였지만 주인공을 자처하는 조직은 둘, 행사 로고도 둘, 예산 집행 통로도 둘로 나뉘었다.

4일 미국 ABC 등에 따르면 의회는 올해 독립선언 250주년을 10년 앞둔 지난 2016년 민주·공화 양당 의원과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연방위원회를 법률로 세웠다. 이 250주년 기념사업 위원회가 쓰는 대외 이름이 아메리카250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내려 본인이 위원장을 맡는 250주년 백악관 태스크포스를 따로 꾸렸다. 미 국립공원재단은 행정명령에 따라 같은 해 10월 산하에 프리덤250을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세웠다.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은 지난 5월 의회에서 “프리덤250 최종 의사결정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지만, 같은 달 CNN 인터뷰에서는 이 조직이 “백악관에서 운영된다(run out of the White House)”고 말했다.
이날 아메리카250은 독립선언을 채택한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50개 주와 영토가 보낸 물품을 담은 타임캡슐을 묻는 행사를 열었다. 캡슐은 건국 500주년인 2276년 7월 4일 열 계획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독립 연도 1776년을 딴 17.76달러(약 2만7000원)짜리 입장권으로 자선공연을 열어 수익을 기아 구호단체에 보냈다. 프리덤250은 같은 날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군용기 비행과 낙하 시범, 대형 불꽃놀이를 앞세운 ‘살루트 투 아메리카’를 열었다. 트럼프는 폭염과 뇌우로 관중이 한때 대피하는 소동 끝에 심야 연설에 나서 군사·경제 성취와 함께 공산주의 비판, 투표 신분증법 같은 정치 현안을 거론했다. 로이터는 이 연설을 ‘선거 유세형’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독립선언 250주년을 기념해 내셔널몰에서 이어지는 프리덤250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스테이트 페어’에는 관람차와 함께 트럼프가 추진해온 개선문 모형도 들어섰다. 트럼프는 지난달 24일 개막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게 돼 기쁘다(thrilled)”고 말했다. DC 지역 매체들은 “박람회 초반 관람객이 드물었고 일부 트럼프 지지자도 전시 수준에 불만을 보였지만, 대다수 참가자들이 정치색을 느끼기 어려운 가족용 박람회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원 천연자원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일 ‘허영에서 광기로’라는 제목을 단 55쪽 보고서를 내고 백악관이 “독립선언 250주년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의회가 배정한 250주년 예산 1억5000만달러(약 2291억원) 가운데 원조 아메리카250에는 2500만달러(약 382억원)가 돌아간 반면, 백악관이 새로 만든 프리덤250 쪽에는 2.7배가 넘는 6830만달러(약 1043억원) 이상이 들어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원 천연자원위원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익명 기부자와 제보자 인터뷰를 근거로, 아메리카250에 기부하려던 일부 후원자가 프리덤250 계좌로 연결되는 송금 지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러드 허프먼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통합의 국가 축제가 됐어야 할 행사를 가로채(hijack) 자기 이익에 맞게 바꿨다”고 말했다.
반면 프리덤250 대변인 대니엘 알바레스는 “주장은 완전한 허위이며 당파적 모략”이라고 반박하면서 “낭비된 시간과 돈, 실패한 계획에서 미국의 250번째 생일을 구해냈다”고 맞섰다. 이 보고서는 위원회 공식 채택을 거치지 않았다. 법원도 프리덤250 측이 예산을 전용하거나 범죄를 확정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ABC에 따르면 프리덤250은 기업 후원 등급을 50만달러(약 7억6000만원)에서 1000만달러(약 153억원) 이상까지 나눠 제시했다. 최고 등급 후원사에는 행사 발언 기회와 트럼프가 주최하는 비공개 리셉션 초청을 내걸었다. 실제 팰런티어·보잉·록히드마틴처럼 연방정부와 계약하거나 규제를 받는 기업이 들어 있었다. 이 가운데 14개사는 아메리카250에도 동시 후원했다.
행사 대행사와 관련한 이해충돌 논란도 이어졌다.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직전 집회를 조직했던 이벤트 스트래티지스는 경쟁입찰 없이 프리덤250 관련 연방계약을 다수 따냈다. 이 회사 파트너인 저스틴 캐퍼럴은 트럼프가 평소 여는 행사 고문을 겸하고 있다. 로버트 와이스먼 퍼블릭시티즌 공동대표는 NBC에 “공공 자금이 사적이고 당파적인, 마가(MAGA)로 움직이는 조직에 넘어간 일은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며 “이것은 마가 트럼프 응원 집회다. 트럼프 본인도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이 가운데 독립선언을 기념하는 미국인들 의식도 희미해지고 있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미국인 5명 중 1명은 올해 250주년 독립기념일을 기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는 4분의 1, 공화당 지지자는 8%가 이렇게 답했다. 미국이 앞으로 250년을 더 존속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는 응답도 5명 중 2명에 달했다. 1976년 독립 200주년을 연구한 M. J. 림자 파블로스카 아메리칸대 역사학 부교수는 NBC 인터뷰에서 “1976년 행사 당시 미국인들은 최소 10~15년 동안 각자 지역에서 행사를 준비해왔다”며 “가장 좋은 기념행사는 여러 관점과 의견을 담아내는 행사다. 올해 공식 기념행사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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