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잔해 속 독립 기념일 맞은 베네수엘라···사망자 3340명대로 증가

최경윤 기자 2026. 7. 6. 16: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원 미상 시신 150구 매장돼
피해 복구비, 최대 GDP 40% 전망
연쇄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에서 5일(현지시간) 무너진 건물 잔해 위로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네수엘라가 5일(현지시간) 연쇄 강진 피해 속에서 독립 215주년 기념일을 맞았다. 사망자 수가 3340여명으로 증가한 가운데 수색 작업과 함께 시신 수습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이날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날보다 388명 증가한 334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상자 수는 1만6740명으로 늘었다.

공식 실종자 수는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유엔은 최대 5만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실종자 신고 웹사이트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실종자 수는 3만1000명 이상으로 비공식 집계됐다.

지진 발생 11일째인 이날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던 국제 구조팀 일부는 현장에서 철수했다. 라과이라주 카티아 라마르의 라에스페란사 공동묘지 인근에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 150구가 매장됐다. 흰색 십자가가 일렬로 늘어선 무덤마다 사망일은 모두 지진이 발생한 6월24일로 새겨져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고 AFP는 전했다.

한편 지역 주민들은 건물 잔해 속에서 가족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카티아 라마르에서 아들을 찾고 있는 줄리는 “아들의 오토바이와 헬멧을 찾았다”며 “아들이 살아있다고 믿는다. 설령 살아있지 않더라도 아들을 찾아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AFP에 말했다. 그는 “아들 없이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 카티아 라마르의 라에스페란사 공동묘지에서 5일(현지시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들의 무덤이 조성돼 있다. AFP연합뉴스

이재민들의 고통도 심화하고 있다. 전력 공급의 90%가 복구됐다는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의 주장과 달리 일부 지역은 여전히 전기가 끊긴 상태라고 현지 매체 엘나시오날은 전했다. 통신망이 끊긴 상황에서 주민들은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의 안테나를 실은 트럭이 올 때에 한해 약 3분씩만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축해둔 물과 식량도 바닥나고 있다. 주민들은 음식 조리는 물론 몸을 씻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무너진 건물들이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면서 약탈 등 치안 불안도 커지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의 미흡한 재난 대응에 대한 주민 불만도 커지고 있다. 라과이라주에서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한 남성은 “정부가 투입한 일부 중장비는 간헐적으로만 가동되고 있으며, 일부는 며칠째 멈춰 서 있다”고 엘나시오날에 말했다. 그는 당국이 중장비를 동원해 현장에 도착한 뒤 마치 도움을 준 것처럼 사진을 찍는다며 정부가 비극을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 독립 215주년 기념일을 맞아 열린 군사 행사에서 관련 비판에 대해 “오늘날 베네수엘라 기관들을 공격하려는 시도”로 규정했다. 그는 정부의 대응을 옹호하며 “어떠한 종류의 음모도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엔개발계획의 신속 피해 평가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이번 지진으로 약 67억달러(약 10조3000억원) 규모의 물리적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 인권단체 프로베아는 이날 물리적 피해와 재건 비용을 합하면 총 370억달러(약 57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프로베아는 로드리게스 정부를 지원하는 미국과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 다자기구에 재건 지원을 촉구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주님께서 큰 고난의 시기에 그들을 붙잡아 주시길 바란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베네수엘라 중앙대학교에서는 추모 행사 ‘베네수엘라를 위한 빛’이 열렸다. 학생과 교수들은 바닥에 놓인 대형 국기 주변으로 촛불을 밝히며 지진 희생자들을 기렸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5일(현지시간) 연쇄 강진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