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물원에서 목격하는 것들…동물원의 주인은 누구일까 [Pet]

2026. 7. 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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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물원에 처음 간 날을 기억한다. 책으로만 알던 동물들을 지척에서 실제로 보니 그저 신기했다. 그뿐이었다. 그때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동물원은 사람을 위한 ‘흥미로운 볼거리’나 ‘이벤트성 체험’ 공간에 그치는 듯하다.

※ 기사 내 사진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입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사진 언스플래시)
동물 본성 배려 않는 인간 편의주의적 환경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간한 ‘2026 동물원 체험 프로그램 및 불법 전시 시설 실태 조사 보고서’는 우리나라 동물원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동물에게 주는 체험용 먹이는 일일 급여량 내에서 제공되어야 하는데, 정식 동물원으로 등록된 16개소 모두에서 사육사의 개입 없이 동물에게 먹이 주기가 가능했다.

보유 동물 전체에 무제한 급여가 가능한 곳도 11개소에 달했다. 동물 만지기 체험 역시 16개소 모두 운영 중이며, 일부에서는 외상과 피부병 같은 질병 증상을 보이는 동물을 그대로 체험에 동원했다. ‘생태 설명회’라는 명목으로 동물의 생래적 습성과 상관 없는 행동을 공연하는 곳도 여럿이었다. 야외 방사장을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종을 실내에만 두거나, 분리벽이 낮아 관람객이 언제라도 동물을 만질 수 있는 곳도 다수였으며, 두 종 이상의 동물을 한 공간에 전시하기도 했다.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원도 이러할진대 미허가 동물원과 야생동물카페 등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먹이 주기 체험 또는 부적절한 사육 환경, 안전 관리의 심각성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교육이라는 명목에 희생되는 생명들
보고서를 보고 있노라면, 동물원이 왜 있어야 하는지 깊은 회의가 든다. 자판기 버튼만 누르면 살 수 있는 먹이, 전시실 유리에 앞발을 대고 일어서 관람객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반달곰, 쇼에 동원돼 사육사의 막대기에 입을 가격당하는 악어, 발톱이 길어 걸음이 불편한 미어캣, 머리 깃털이 다 빠진 왕관앵무, 과밀한 사육 면적과 활강이 불가능한 공간 높이, 반질반질 미끄러운 바닥과 텅 빈 물통 등이 보고서를 통해 직관하는 우리나라 동물원의 현실이다. 동물뿐 아니라 관람객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이런 참담한 동물원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동물원의 존재 여부에 관한 논쟁은 오래된 세계 공통 이슈다. 필요성을 지지하는 쪽은 ‘교육적 공간’으로서 동물원을 강조한다. 그저 동물을 가두어 보여주는 전시장이 아니라 종과 생태계를 보전하고, 생명 윤리와 공존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동물원의 주인공이 동물이 아니라 관람객인 현실을 증명하는 목소리 같아 선뜻 동의되지 않는다. 교육이라는 미명에 갇힌 생명들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여전히 동물원은 ‘전시’와 ‘공존’ 그 사이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다.

[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7호(26.07.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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