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살 길을 찾자] 5 끝. 반도체·AI “준비된 지역이 성공”… 행정구역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에서 나온다

신승남 기자 2026. 7. 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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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는 대구·경북…정부 ‘피지컬 AI 3년이 승부처’
대구경북 피지컬 AI 메가클러스터 구상. 챗 Gpt 이미지 생성
구미국가5산업단지 전경. 구미시 제공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대구·경북(TK)에는 적잖은 상실감이 번졌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호남권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에 관심이 집중됐다. 산업의 중심축이 서남권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산업의 흐름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삼성전자는 서남권 반도체 팹 투자에 이어, 지난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로봇과 AI 제조혁신에 19조 원을 구미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정부는 생성형 AI 경쟁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뒤처졌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피지컬 AI 분야만큼은 앞으로 3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호남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라면, 구미는 제조 AI와 피지컬 AI의 실증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구미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호남이 아니다. 독일의 제조혁신 클러스터, 일본 아이치현의 로봇산업, 미국 애리조나주의 AI 반도체 생태계와 경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 스타트업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기업, 로봇기업, 방산기업, 대학, 연구기관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도체 생산공장을 놓쳤다는 아쉬움에 머물러서는 미래도 없다. 정부가 밝힌 것처럼 앞으로 3년이 피지컬 AI의 승부처라면 그 승부는 제조 데이터가 가장 풍부한 현장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피지컬 AI 전략이 성공하려면 한 도시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구의 AI 기술, 구미의 제조데이터, 포항의 첨단소재와 연구 역량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에 맞설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늦었다…피지컬 AI가 승부처"

정부는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대화를 잘하는 AI가 아니다. 로봇이 실제 공장과 물류창고, 조선소 등 산업현장에서 작업하면서 축적하는 '행동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기술이다.

정부는 지난해 제조현장 실증사업에서 AI 도입 이후 생산성이 20% 이상 향상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3년간 행동데이터 구축, 국산 월드모델 개발, 제조현장 실증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엔비디아 등 해외 플랫폼에 국내 제조데이터를 의존할 경우 반도체 공정 등 핵심 산업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AI 반도체·로봇·시뮬레이션 기업이 참여하는 '피지컬 AI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독자 생태계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왜 구미가 핵심인가

정부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제조데이터다. 구미국가산업단지는 바로 그 데이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현장이다.

구미국가산단에는 3천887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8만5천여 명이 근무한다. 연간 48조1천억 원의 생산과 283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며 경북 수출의 70%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이곳에는 삼성전자, LG이노텍, SK실트론, 원익큐엔씨, 월덱스, KEC, 도레이첨단소재, 피엔티, 에이프로세미콘 등 반도체와 전자, 첨단소재 기업이 집적돼 있다.

이들이 매일 생산현장에서 만들어내는 공정 데이터는 피지컬 AI가 학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삼성이 구미를 AI 데이터센터와 제조 AI, 로봇 분야의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한 배경도 이러한 제조 생태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구는 'AI 두뇌', 포항은 '소재와 원천기술'

피지컬 AI는 제조 현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AI 알고리즘과 반도체, 로봇, 첨단소재, 배터리, 시뮬레이션 기술이 하나로 연결돼야 한다. 이 점에서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이 쉽게 갖추기 어려운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대구는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DGIST와 경북대, 지역 AI 기업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와 AI 모델 개발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포항은 포스텍과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를 중심으로 첨단소재와 차세대 배터리, 철강, 수소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그룹을 중심으로 AI 제조에 필요한 신소재와 에너지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구미는 AI가 학습할 제조 데이터를 생산하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이를 산업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세 도시가 각각의 강점을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개별적으로 성장해 왔다.

◆구미~대구~포항 'TK 피지컬 AI 메가클러스터' 구축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AI 기술과 애리조나의 반도체, 디트로이트의 제조업을 하나의 산업망으로 연결하고 있다. 독일 역시 바이에른과 바덴뷔르템베르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과 제조, 로봇산업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추진해 왔다.

대구·경북도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구는 AI를 개발하고, 구미는 제조데이터를 축적하며, 포항은 첨단소재와 원천기술을 공급하는 하나의 광역 산업권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삼성이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와 제조 AI, 정부의 피지컬 AI 정책, 구미의 반도체 소부장 기업, 포항의 소재 기술, 대구의 AI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수도권과는 다른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제조혁신 클러스터가 탄생할 수 있다.

◆앞으로 3년, 대구·경북 미래 결정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준비한 지역이 (대기업 투자 유치) 성공한다"고 했다. 최근 호남 반도체 '몰빵'과 TK 반도체 '패싱'에 시시하는 바가 크다.

반도체 공장을 어느 지역에 더 많이 유치하느냐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앞으로는 제조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AI를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적용하며, 탄탄한 산업 생태계 구축과 함께 네트워크를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정부가 '피지컬 AI 3년이 승부처'라고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구·경북이 지금처럼 도시별 경쟁에 머문다면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구의 AI, 구미의 제조, 포항의 첨단소재 등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는 데 성공한다면 호남의 반도체 클러스터와는 또 다른 대한민국 미래 성장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력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생태계를 가장 먼저 완성하는 지역이 대한민국 제조혁신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반도체 투자의 성공 여부 역시 행정구역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에서 나온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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