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세상, '진짜 내 생각'은 어디에"…'사고'를 잃으면 '존재감'도 사라진다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 이후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면서 이제 인공지능(AI)까지 우리 삶의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오늘날 손가락 하나로 맛집을 찾고, AI에 이메일 작성을 시키는 일은 매우 자연스럽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삶은 한층 편리해졌지만, 우리는 그 대가로 무엇을 잃어가고 있을까. 이 책은 우리가 편리함에 취해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정재민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와 김영주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석연구위원이다.
이 책은 다양한 학문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피로감의 원인을 밝혀낸다. 저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겪는 집중력 부족이나 기억력 감퇴는 개인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이 사용자의 시선과 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해 정교하게 만든 시스템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보를 기억하려 애쓰지 않고 데이터 센터에 저장을 맡긴다. 또한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깊이 고민하기보다 검색창부터 두드린다.
저자들은 우리가 빠진 기술의 함정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먼저 정보가 너무 넘쳐나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이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온종일 바쁘게 움직였지만 막상 돌아보면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고, 사소한 결정조차 내리지 못해 망설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아가 기술 기업의 추천 시스템이 사회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 경고한다. 컴퓨터가 골라주는 정보만 보다 보니 사람들의 시야는 점차 좁아진다.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과 분노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기업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 치밀하게 유도한 결과물이다.

실제로 특정 소셜미디어(SNS)가 청소년에게 우울증을 유발하는 내용을 계속 보여주어 비극적인 사건을 낳았고, 법원이 그 시스템의 잘못을 인정한 사례도 존재한다. AI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사람들을 편견에 갇히게 만들고 기회를 빼앗는 차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짜 정보와 인공지능의 거짓말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이 진짜인지 구별하기 어려워한다. 몸의 근육을 쓰지 않으면 힘이 빠지듯, 뇌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능력이 떨어진다.
저자들도 물론 스마트폰을 완전히 없애거나 AI를 쓰지 않고 살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AI에 모든 판단을 떠넘기지 않고 내 머리로 고민할 때, 기술은 비로소 나를 조종하는 주인이 아니라 나를 돕는 도구가 된다. 이 책은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넘보는 시대에 우리가 인간다움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 생각을 외주화한 사람들/ 정재민·김영주 글/ 354쪽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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