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정상화? 기대 접으세요”…이젠 고환율이 뉴노멀인 시대

김민주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kim.minjoo@mk.co.kr) 2026. 7. 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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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경상흑자에도 원화값 ‘뚝’…환율 공식 깨져
해외투자·외국인 자금 이탈…금융계정 환율 좌우
전문가들 “환율 1400원 뉴노멀…1600원도 코앞”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7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인데도 달러당 원화값이 지속해서 곤두박질치고 있자 그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과거라면 수출이 늘고 달러가 많이 들어오면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당 원화값은 자연스럽게 올라갔지만 이젠 더 이상 기존의 환율 공식이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6일 한국금융연구원(KIF)과 교보증권·한화투자증권·IBK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달러당 원화값 하락은 일시적인 이상 현상이 아닌, 구조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는 ‘뉴노멀(새로운 기준)’에 접어든 것일 가능성이 높단 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의 평균은 2015~2019년 1128.96원에서 2019~2022년 1168.71원, 2022~2024년 1312.41원으로 낮아졌고, 2024년 3월 이후에는 평균 1408.19원까지 하락했다. 과거 일시적인 급등락과 달리, 달러당 원화값의 기준선 자체가 300원 가까이 낮아졌다.

박해식 KIF 연구원은 “달러당 원화값이 2015년 이후 세 차례 구조적 단절(Structural Break)을 거치며 평균 수준 자체가 내려갔다”며 “현재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 압력이 높은 국면에 있을 확률은 약 90%에 달해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당분간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상 최대 무역흑자인데…달러당 원화값은 왜 하락할까?
[연합뉴스]
최근의 환율은 기존 경제지표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단 점에서 예년과 다른 흐름을 띄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이는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은 오히려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와 금융계정 순자산이 동시에 늘고 있지만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국내 투자 감소로 외화 수요가 외화 공급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여기에 기업과 개인 모두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기보다 외화예금으로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달러는 기대보다 적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수출로 달러를 많이 벌고도 해외투자 확대와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달러가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강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까지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호황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확대되더라도 금융계정에서 달러 유출이 이어지는 한 달러당 원화값은 오르기 어렵다”고 전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변수…‘환율 1600원 시대’ 전망도
지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최근 달러당 원화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도 거론된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누적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역대급 무역흑자 규모에 맞먹는 수준으로 외환당국 개입만으로는 이를 상쇄하기 쉽지 않다”며 “리밸런싱이 이어질 경우 3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에는 수출이 늘면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기관의 해외자산 운용, 외국인 자금 흐름이 환율을 좌우하고 있는 모습이다.

손재성 웅지세무대 회계세무정보과 교수는 “국내 증시가 크게 상승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을 위해 차익 실현에 나선다”며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가 이어질 경우 달러 수요가 늘면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시장이 기대하는 ‘환율 정상화’의 기준 자체를 다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1100~1200원대로의 복귀를 전제로 하기보다 1400원 안팎의 고환율을 새로운 기준선으로 받아들이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 환율이 안정되려면 미국의 금리 인하가 가장 중요한 변수인데, 미국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질수록 자본 유출 압력이 지속돼 달러당 원화값 하락도 구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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