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품귀가 바꾼 AI 경쟁…'AI 정상회의' 향하는 이재용
GPU·메모리·파운드리 안정 확보가 경쟁력 좌우
차세대 AI 생태계 삼성전자 역할 부각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AI 경쟁의 판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GPU나 HBM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AI 공급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집결하는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어떤 협력 기회를 만들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재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드컴퍼니는 오는 7일부터 11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비공개 행사인 '선밸리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1983년부터 이어진 선밸리 콘퍼런스는 글로벌 IT·미디어·금융업계 CEO들이 미래 산업과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대표적인 비공개 행사다. 올해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 등 AI 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AI 정상회의'로 불린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선밸리를 찾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시절인 2002년부터 꾸준히 행사에 참석하며 글로벌 CEO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그는 과거 법정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쁘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행사를 중요한 무대로 평가해 왔다.
올해 선밸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AI 경쟁의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초기에는 GPU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고 HBM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이제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포함한 AI 공급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BM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들도 단기 구매보다 장기 공급 계약과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가치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HBM을 포함한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역량을 모두 갖춘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다. AI 기업 입장에서는 메모리 공급부터 반도체 생산,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선밸리에서 이뤄진 이 회장과 글로벌 빅테크 CEO들의 비공개 교류가 이후 AI 사업 협력 확대의 기반이 됐다고 평가한다. 실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지난달 "몇 주 전 미국에서 이재용 회장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하며 양사 협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선밸리에서도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주요 고객사들과 중장기 협력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단기 계약이나 투자 발표보다 최고경영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 사업 협력의 방향을 조율하는 데 의미가 큰 행사다. AI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이번 만남 역시 삼성전자의 중장기 AI 사업 확대와 신규 고객 확보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AI 경쟁은 이제 개별 반도체 성능이 아니라 공급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선밸리는 글로벌 빅테크 CEO들이 미래 협력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이재용 회장의 네트워크가 삼성전자의 중장기 사업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선밸리 콘퍼런스는 공식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행사인 만큼 실제 참석자는 행사 직전 일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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