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자연스러운 경상 방언 뭔가요”… 국립국어원까지 간 ‘무섭노’ 논란
종결 어미 ‘노’를 사용한 것을 두고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로 판단하는 상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걸그룹 리센느의 멤버 원이(본명 정원이·22)가 “무섭노”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이른바 ‘일베식 표현’이라는 주장과 경상도 사투리일뿐이라는 반박이 오가고 있다.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공방이 더 치열해진 가운데 국립국어원에 관련 질의까지 올라왔다.
6일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 ‘노’ 종결어미의 일반적 해석 범위를 묻는 질문이 올라와 있다. 질문자는 국립국어원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인 우리말샘에서 ‘노’를 경상도 방언 종결어미로 설명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그 해석 범위를 전날 물었다.
‘무섭노’처럼 의문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표현이 방언에 포함될 수 있는지, ‘어디노’ ‘뭐하노’와 같은 표현이 경상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지 등을 질의했다. ‘무섭노’ 표현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문의한 것으로 보인다.

◇거제 출신 걸그룹 멤버 한마디에 ‘일베 논란’
논란은 경남 거제시 출신인 원이가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두고 시작됐다. 영상에는 원이가 일본인 멤버 미나미의 고향집을 둘러보던 중 담당 PD가 “무섭노”라고 묻자,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답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사용하는 말투가 연상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베에서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화하면서(아래 기사 내용에도 명시) 종결 어미를 ‘노’로 써오고 있다.
그러나 경상도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방언이라는 반박이 잇따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경상도 출신에게 사투리까지 검열하는 것이냐” “맥락을 무시한 억지 논란”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정치권 가세하며 논란 키워
정치권까지 나서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차원에서 일베가 문장 끝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을 옹호하며 부산·영남에서도 그렇게 쓴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나의 관찰로는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를 두고 “말끝 하나로 사상을 검증하려고 한다”며 “경남 거제 출신의 스물두 살 아이돌이 고향말로 ‘무섭노’라고 했다는 이유로 일베 낙인이 찍혔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일상에서 쓰는 감탄형·혼잣말 문맥의 방언마저 기계적 일베 표현으로 낙인찍는 모습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고 했다.
논란이 커졌지만, 국립국어원이 ‘노’ 종결어미의 일반적 해석 범위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립국어원은 비슷한 유형의 질의에 “‘노’의 쓰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학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며 “지역 방언의 올바른 사용법과 그에 대한 학술적 근거 등은 온라인가나다의 답변 범위를 벗어난다”고 했다.

◇끊이지 않는 ‘일베 논란’… 제작 현장도 표현 신중
일베 표현 논란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노진혁 선수 이름 옆에 ‘무한 박수’ 자막이 배치됐다가 일베식 표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구단은 영상을 수정한 뒤 “촬영 및 편집 과정에서 해당 표현의 연상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고, 검수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막을 붙인 협력사 직원은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3회 만에 시청률 18%를 돌파하며 흥행 중인 SBS 드라마 ‘김부장’의 제작 총괄을 맡은 박태준 작가의 과거 일베 의혹도 재점화됐다. 박 작가의 웹툰 속 ‘5분 23초’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일(2009년 5월 23일)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박 작가는 과거 작품 속 특정 식사 장면이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제가 아무리 부족한 인간이라도 고인의 사진을 가지고 그런 짓을 할 위인도 아니고 용기도 없다”고 부인했다.

‘무섭노’ 표현을 둘러싼 논쟁으로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디까지 혐오 표현으로 볼 것인지, 실제 지역 방언과 인터넷 문화,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언제든지 쟁점화될 수 있는 탓이다.
한 국내 예능 제작사 PD A(30)씨는 “예전에는 웃기려고 넣었던 자막도 지금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내부 검수를 더 꼼꼼히 한다”며 “의도가 없더라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장면은 빼고, 표현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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