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내각, 대법원 판결 불복 선언…"헌정위기 우려 확산"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이스라엘 내각이 5일(현지시간) 방송 규제 기관에 관한 대법원의 결정에 불복한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헌정 질서 위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법은 '제2 TV·라디오위원회'(Second Authority for Television and Radio)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최소한의 위원 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스라엘의 상업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국을 감독하는 정부 기관이다.
정부는 위원회가 더 이상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위원 임명 승인이나 기타 조치를 취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위원회에 법적 정원 미달과 상관없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내각은 대법원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결의안 투표에 돌입했다.
슐로모 카르히 통신부 장관과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내각은 대법원 판결이 1990년 제정된 위원회 법률 조항을 위반한다며 "법치주의는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에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적 위원 수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 정부가 위원회의 어떤 결정이나 조치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법원이 법을 침해할 권한이 없다며 "가용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번 결정을 뒤집겠다"고 강조했다.
내각의 결정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언론 지형을 개편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이스라엘의 주요 상업 방송사인 채널13이 반(反) 네타냐후 성향의 하이테크 기업가 그룹에 매각되는지 여부에 대한 최종 승인 권한을 갖고 있다.
여기에 우익 성향의 친(親) 네타냐후 방송사인 채널14가 규제 혜택과 면제를 받는 '소규모 채널'로 계속 분류될지 여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중도 우파 성향 제1야당인 예시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정부가 범죄 집단으로 변했다"며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심각한 헌정 위기이자 우리 민주주의의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삭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복종 발언은 국가 통합의 근간을 해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넘어선 안 되는 레드 라인"이라고 강조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도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으면 거리의 무정부 상태와 국가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과거 사법부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2022년 총선이 끝나고 법원의 권한을 제한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국제적인 비난과 이스라엘 내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고,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보류됐다가 일부 조항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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