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츠타야서점 메운 K문학 팬들…日 빠져든 이유는[현장]
"사람의 마음을 읽는 힘이 K문학 경쟁력"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한국문학은 왜 일본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까요."
일본 최대 서점 체인 '츠타야 서점'의 컨시어지 문학 담당자 질문에 김호연 작가는 "최근 한국 소설은 장르와 소재가 훨씬 다양해졌다. 해외 독자들이 만나는 한국 책도 그만큼 풍성해졌다"고 답했다. 황보름 작가는 "한국 작가들은 사람의 마음속 아주 작은 흔들림까지 섬세하게 포착한다"며 "한류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국문학이 해외 독자와 만날 기회를 넓혔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 2층 셰어라운지에서 김호연 작가와 황보름 작가가 참석한 'K-BOOK in TOKYO' 첫 북토크가 열렸다. 1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장에는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일본 독자 50여명이 몰렸다. 객석은 20~50대 여성 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행사는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이 협력한 첫 'K-BOOK in TOKYO'다. 일본 독자들이 한국문학의 현재와 K-북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북토크, 도서 전시, 북페어 등으로 구성됐다. 행사는 이달 23일까지 주일한국문화원과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에서 진행된다.
이날 무대에 오른 두 작가는 일본 독자들에게 이미 친숙한 이름이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일본어판 'ようこそ、ヒュナム洞書店へ'는 2024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25만부 넘게 팔렸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일본어판 '不便なコンビニ'도 2024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3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시리즈 누적 150만부를 기록했다.
북토크는 두 작가의 작품 세계를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작가는 '불편한 편의점'에 대해 "편의점은 한밤중 어두운 골목을 지켜주는 방공초소 같은 공간"이라며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며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서점에 대해 "이해받고 받아들여지고 친구가 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책이 나를 위로해주고 받아들여준다는 경험이 반복되면, 책이 최고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두 작가는 신작 얘기도 꺼냈다. 황 작가는 최근 한국에서 출간한 두 번째 장편 '윗집 부부'에 대해 "아이 하나를 가지기 위해 애쓰는 한 마을의 얘기"라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와닿는 스토리"라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신작 '서울의 선인'에 대해 "평범하게 철물점을 운영하는 50대 남자에게 20대 젊은이가 찾아와 자신을 천사라고 말하고 서울을 멸망시키겠다고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일본 독자들의 질문은 창작의 뿌리로 이어졌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느냐"는 질문에 김 작가는 "어릴 때부터 출근하지 않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매일 출근하듯 글을 쓴다. 작가도 매일 써야 좋은 작가가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황 작가는 "30살이 되기 전까지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며 "어느 날 문득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10년 동안 글만 쓰며 살았다"고 말했다.
글쓰기 조언도 이어졌다. 김 작가는 "아마추어는 영감을 기다리고, 프로는 책상에 앉는다"며 "영감은 글을 쓰다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작가는 "책상에 앉아서 '무엇을 쓸까' 생각하면 늦다"며 "세상을 보고, 사람을 관찰하고,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는 시간이 쌓여야 글이 된다"고 했다.
최근 일본 출판계에서 K문학은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을 통해 한국 문화에 익숙해진 일본 독자들이 이제 책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문학이 일본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이키즈라사(生きづらさ·살아가기의 어려움)', 젠더, 격차, 관계의 피로 등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공감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K-BOOK in TOKYO'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주일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문학과 그림책 등 100여권을 소개하는 K-북 전시가 열리고 오는 11일 정세랑 작가, 오가와 사토시 작가, 배우 문정희 등이 참여하는 북토크도 마련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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