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 필요"…교육 수장 10인이 내놓은 '교권 회복' 해법
교권 침해 근본 원인, 법·제도 사각지대와 교육 공동체 신뢰 붕괴
교육청만으로는 개선 한계…"입법·행정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입법 과정엔 신중하게 접근…"공론화 과정 통해 국민 여론 모아야"
잊지 말아야 할 부분…교사 그리고 교실에 남겨진 '최약체' 학생들

[파이낸셜뉴스] 드라마 '참교육'은 교권침해와 학교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방식은 다소 거칠었지만, 드라마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촉법연령 악용, 아동학대 신고 남용과 진화하는 사이버폭력 등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를 거침없이 지적했다.
본보는 지난 1일 교육행정의 수장 자리에 오른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에게 드라마가 짚은 그 지적의 해법을 물었다. 그리고 경기(안민석)·부산(김석준)·세종(강미애)·강원(강삼영)·충북(윤건영)·충남(이병도)·전북(천호성)·전남광주(김대중)·경남(권순기)·울산(조용식) 등 10개 시도 교육감으로부터 답을 받았다.
앞서 각 교육감들은 이러한 허점에서 비롯된 문제에 공감하며 교육청이 현장의 학교와 함께 진행할 개선 방안을 공유했다( ▶신임 교육감들에게 물었다…"드라마 '참교육' 보셨나요"·2026년 7월 3일자).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도 내놨다.
더 나은 학교를 위해 이들은 과거에서 답을 찾았다. 바로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 속담이었다.

한국 교육이 무너지게 된 원인을 묻는 질문에 교육감들은 제도적 허술함을 꼽았다. 특히 취약한 교권보호 시스템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병도 충남교육감은 "학생의 권리는 신장한 데 비해 교사의 교육적 판단에 대한 권한과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못했다"고 진단했고 조용식 울산교육감은 "학교가 감당해야 할 교육적 책임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는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다만 제도적 허점을 교육청 행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데 공감했다. 대표적인 게 촉법연령 악용이다.
강원의 강삼영 교육감은 "나이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차단하고, 가해 학생은 물론 그 보호자에게도 무거운 교육적·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신고 남용 문제에 대해서도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남광주 김대중 교육감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교육적 맥락을 우선 확인하는 절차의 법제화와 허위·반복 신고에 대한 제재 규정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종의 강미애 교육감은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적용 대상에서 명확히 제외하는 기준 정비와 무고성·반복성 악성 민원에 대한 제재 근거 마련이 입법 과제"라고 꼽았다.
사이버폭력 역시 마찬가지다.
권순기 경남교육감은 "시·공간을 초월해 교실을 무너뜨리는 사이버폭력에 대해 학교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소관 당국 및 수사기관이 즉각 공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교육감도 "온라인상 교원 대상 비방·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신속한 피해 구제가 가능하도록 정보통신망법의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도와 법의 허점을 꼬집으며 일부 교육감들은 국회와 정부를 향해 입법을 촉구했다.
경남의 권순기 교육감은 "촉법소년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한 형사책임 연령의 현실적 조정을 국회와 정부에 지속 요구하겠다"고 밝혔고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현장의 목소리를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해 적극 공론화하고, 교육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건의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석준 부산교육감도 "입법과 행정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법의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법의 개입을 요청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에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호한 '정서적 학대' 조항을 구체화하거나 촉법소년 제도의 보완, 사이버폭력 대응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은 모두 국회와 정부의 몫이다.
법무법인 여원의 최민종 변호사는 '정서적 학대'를 사례로 들며 "명백하게 수정이 돼야 한다.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며 해당 조항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등교사 출신인 법무법인 진수의 나현경 변호사는 "촉법인 경우 살인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소년원에서 장기 2년'을 받는다. 중대 범죄는 엄중한 처벌을 받는 다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그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며 "다만 전과자를 만드는 거 보다 교화의 시간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 개정 등 입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드라마가 나오기 전부터 교권 증진 등에 대한 고민을 해 왔다"면서도 "다만 아이들을 상대로 함부로 실험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법안이나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사례로 든 건 '연좌제'다. 그는 "과거 아이가 잘못하면 부모가 대신 법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는데 대신 법적 책임을 질 사람이 없는 결손가정 아이들은 무서울 게 없어지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 뒤 잠잠해졌다"고 짚었다.
이어 "모든 교육 정책은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와 학부모 차원에서 하나의 지향점을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지난 6·3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전 의원은 초등학교 교사 출신 변호사로,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최근 보궐선거에서 충남아산을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상임위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다.
전 의원은 "상임위와 상관없이 추락한 교권을 보호하고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이 없도록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면서도 "법은 한 쪽으로 치우칠 때 위험해진다. 그게 교육과 관련된 법일 때는 위험이 배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과 관련된 법안은 국민적 여론을 모아야 하고 국회에서도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안민석 경기교육감도 교육 일선에서 국회와의 협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안 교육감은 "제도는 충분한 사회적 공감과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추진될 때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며 "교육활동 보호는 교육청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과제이기도 하다. 앞으로 교육활동 보호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국회와 필요한 법률과 제도 개선도 함께 논의하 것"이라고 말했다.

법과 제도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교육감은 물론 법조인, 국회의원들 모두 동일하게 언급한 내용이 있다. 교사와 함께 학습권을 박탈당한 채 교실에 남겨진 아이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 '참교육'에서 왕따를 주도한 가해 학생이 처벌을 받은 뒤 교권보호국 감독관을 향해 박수를 치던 아이들, 학생들의 괴롭힘을 당하며 힘겹게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사를 걱정한 아이들 얘기다.
안 교육감은 "교권과 학습권은 함께 보호돼야 하며, 새로운 시스템이 학교 현장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겠다. 말보다 준비와 실행, 성과로 교육활동 보호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남광주교육감은 "교권 침해 문제는 법과 제도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일"이라며 "교사·학생·학부모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학교 현장에 자리 잡을 때 비로소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나 변호사도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사람이 있다. 양육강식의 교실 안에서 가장 하위층에 있는 아이들"이라며 "교권이 보호받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온 마을'이 필요하듯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 국회와 학교가 협업해야 하는 이유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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