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성역" 발언 이병태 사퇴요구 지나치다는 조선일보

장슬기 기자 2026. 7. 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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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이병태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 "5·18은 성역이냐" 발언에 청와대 "공직자로서 부적절" 경고
조선 "5·18 존중하지만 지나친 대응까지 성역일 순 없어"…경향 "이병태가 쏘아올린 '극우적 표현'의 자유"
배재고, 오늘 광주일고 방문해 공식사과…배재학당 총동창회장, 무등일보 1면에 사과 의견광고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이병태 대통령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이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제일고와 경기하면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고 외쳐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받은 것에 대해 “5·18이 성역이 됐다”라며 “북한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에 청와대는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엄중히 경고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의 혐오 발언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표현의 자유'라며 두둔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은 기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고교야구대회에서 5·18을 조롱한 서울 배재고가 6일 오후 3시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공식 사과를 한다. 정근식 서울 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광주 교육감이 동행한다. 이날 배재학당 총동문회장은 전남광주 지역일간지 무등일보 1면 하단에 광고를 싣고 광주제일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동문, 광주시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날 사과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받아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도 함께 했다. 다만 전남광주 지역신문에선 이번 사태에서 배재고 학생들의 미래를 더 걱정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비판과 피해학생인 광주일고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병태 발언도 '표현의 자유'로 보호하자는 조선일보

이 부위원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5·18 역사의 성역화로 어린 학생들의 장난에 가까운 일탈도 수용이 안 되고 어른들의 '정치'가 됐다”며 “이 모습을 대한민국보다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이라고 썼다. 그는 지난 4일에도 페이스북에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 그게 기본권”이라고 한 뒤 “소수의 미친소리는 다수의 진리에 의해 정화된다”고 했다.

이에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 직속 부위원장 직함을 단 채 국민 통합과 헌정 가치를 훼손하는 발언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부위원장직이 2년 임기 보장으로 해촉이 불가한 만큼 스스로 물러나라”고 썼다.

▲ 7월6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조선일보는 6일자 정치면 <靑 '5·18발언' 경고…이병태 “입장 바뀔 일 없다”>에서 이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총리급의 '5·18 성역' 의견 논란”이라며 찬반 '논란' 내지 '정쟁'이 벌어지는 것처럼 다뤘다. 이 부위원장은 조선일보에 “배재고 중징계가 한국의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올린 글이었는데 이게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들로 인해 변질됐다”며 “바람직하지 않고 신경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사퇴요구에 대해서도 “2년 임기로 돼 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며 “임명권자(대통령)가 원하면 언제든지 (사퇴)할 수 있겠지만 연락 온 건 없다”고 했다.

반헌법적인 혐오 발언을 정당한 의견인 것처럼 대등하게 다룬 뒤 이를 여권 내 정쟁, 특히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당권 경쟁의 한 쟁점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최근 민주당 지지층은 지난 대선을 전후로 유입된 중도·보수 성향의 뉴이재명과 친노·친문 등 구주류 세력으로 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은 각각 민주당 차기 당 대표로 김민석 전 총리, 정청래 전 대표를 지지하며 친명, 친청으로 갈라져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 여권 관계자의 “이 부위원장이 사퇴하면 이 대통령이 민주당으로 데려온 다른 보수 인사들도 거취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 부위원장을 안고 가면 당대표 선거에 악영향이기 때문에 그냥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발언도 함께 전했다.

▲ 조선일보 7월6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5·18 존중하지만 지나친 대응까지 성역일 순 없다>에서 이 부위원장의 발언을 정당한 의견으로 전제하며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 부위원장도 5·18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가 걱정한 것은 5·18과 관련된 언급에 대해 지나친 대응으로 표현의 자유마저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5·18은 성역이냐'고 물은 것”이라며 “5·18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최근 상황은 '표현의 자유'가 위태로워졌다고 느낄 정도로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는 “반중 시위 규제와 현수막 철거로 논란을 빚었고, 대통령이 과거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다뤘던 방송사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계엄 여파로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에 취해 독주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자신들에게 토를 달리 말라는 태도”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해 7일 시행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표현의 자유'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며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는 취지이나, 국민이 말하고 쓸 자유를 억압하는 '입틀막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경향 “이병태 발언, 표현의 자유 의미 몰이해”

이 부위원장은 비판이 커지자 지난 2일자 글을 삭제했다. 관련해 경향신문은 1면 <이병태가 쏘아올린 '극우적 표현'의 자유>에서 “이 주장을 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몰이해했거나 곡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21조에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와 범위가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7월6일자 만평

경향신문은 사설 <'5·18이 성역이냐' 망언한 이병태 부위원장, 자진 사퇴해야>에서 “(배재고에 대한) 징계 수위의 경중을 놓고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특정 지역·지역민의 피해 역사를 조롱하는 행동까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보호해선 안 된다”며 “피해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회 공동체의 신뢰와 통합을 허무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유럽인권재판소도 인종차별, 홀로코스트 부정, 특정 종교·집단에 대한 혐오 선동 같은 극단적 행태는 표현의 자유 보호 영역에서 배제한다”며 “5·18 국가폭력을 부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경멸을 조장하는 발언이나 행동이 인종차별이나 홀로코스트 부정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배재고, 오늘 광주제일고 방문해 공식 사과

무등일보 1면 <'5·18 민주화운동 조롱' 배재고 품은 광주>란 기사를 보면 배재고 측이 사과 방문을 건의했고 광주제일고는 학생 의견을 수렴해서 이를 수용했다. 이규연 광주제일고 교장은 “학생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진심으로 화해하고 싶어한다고 느껴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이번 화해를 계기로 학생들이 새로운 출발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6일 오후 3시에 제일고를 방문한 뒤 배재고 야구부와 광주제일고 학생들은 국립 5·18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하는데 김대중·정근식 두 교육감이 동행한다.

▲ 무등일보 7월6일자 1면 하단 광고

무등일보 1면 하단에는 “제40대 배재학당 총동창회장 임호” 명의의 사과문 광고가 실렸다. 임호 회장은 사과 광고에서 “이번 학생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었으며 그 잘못을 예방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지 못한 책임은 학교와 동문 선배들에게도 있음을 깊이 통감한다”며 “오늘 학교는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기 위해 광주제일고를 방문하는데 사과 방문을 너그러이 받아들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배재고 사태 이대로 일단락되나

이날 배재고 야구부 등이 광주제일고를 방문하는 사과 행사가 잘 마무리되면 당장이 논란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교 현장을 비롯한 한국 사회에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경향신문은 3면 <“논쟁적 주제, 중립성 시비에 위축…교사 위한 제도적 보호 필요”>에서 학교 현장에서 배재고의 5·18 비하 등 혐오와 같은 사안이 벌어졌을 때 정치적 편향 논란이나 민원 부담 없이 혐오, 역사왜곡 등을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현실을 다뤘다. 이 신문은 “교육계에서는 혐오 표현이 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훼손하는지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성찰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민원 부담으로 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됐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전남일보는 1면 톱기사 <가해학생만 걱정?…광주일고 피해학생들은 지워졌다>에서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넘치는데 정작 피해를 입은 광주일고 학생들과 지역민들의 상처는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배재학당총동창회가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국민의힘이 논평을 내 “학생들의 미래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며 징계가 과하다고 주장한 것 등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전남일보 기사를 보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과와 책임이 먼저인데 선처 요구부터 나오는 모습에 시민들이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상처가 충분히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 학생들의 미래만 강조되는 것은 균형을 잃은 접근”이라고 비판했고 광주의 한 고교 교사는 “교육은 책임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잘못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광주 북구 거주 한학부모는 “광주일고 학생들은 원치 않았던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고 이제는 폭탄 협박까지 받는 상황”이라며 “선처를 말하기 전에 피해 학생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남도일보 7월6일자 칼럼

남도일보는 두 건의 칼럼을 실었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스타벅스' 조롱 응원, 학생 민주역사 교육 시급하다>란 글에서 “타인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끼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으며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민주주의 교육 및 올바른 역사 교육의 강화'가 시급하다”며 “역사는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의 혐오와 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했다. 정희윤 남도일보 사회부 차장은 <교육·스포츠 현장에 5·18 조롱 없어야 한다>는 칼럼에서 “교육 현장과 스포츠 현장은 혐오와 왜곡을 걸러내는 마지막 방파제여야 한다”며 “이번 사태가 한 학교의 사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되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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