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고공농성 100일 “대통령이 결단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공짜노동을 뿌리뽑겠다고 했다. 택시노동자는 하루 10시간 일해도 3~4시간의 임금만 받으며 공짜노동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택시업종에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시행령 한 줄만 만들면 이러한 공짜노동을 근절할 수 있다."(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
일한 만큼 월급을 받고 싶다며 인천 길병원 사거리 20미터 통신탑에 오른 고영기 총무국장의 고공농성이 6일로 100일을 맞는다. 20년차 택시노동자인 그는 두 다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통신탑 위에서 무더운 여름 날씨까지 견디고 있다. 고 총무국장은 "택시노동자의 요구는 최소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택시 월급제' 택시발전법 유예에 시행령으로 해결하자
택시노동자는 실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지 못한다. 법적으로 사납금 제도는 불법이 됐지만 이름만 바꾼 기준금 제도가 도입됐다. 택시회사는 소정근로시간을 3~4시간 정도로 낮게 책정하고, 400만원 수준의 높은 기준금을 요구한다. 하루 10시간 일해야 100만원 남짓 벌 수 있고,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야 최저임금을 벌 수 있다.
택시노동자들은 택시 월급제를 요구하며 오랜시간 투쟁했고 지난 2019년 소정근로시간을 40시간 이상으로 정하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회는 전면 시행을 7년 동안 유예하다 지난 4월 또다시 유예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서울시 택시 면허 대수의 40%는 소정근로시간 이하로 예외를 허용하고 서울 외 지역은 2년 더 시행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 총무국장은 이를 막기 위해 지난 3월29일 통신탑 위에 올랐다. 고 총무국장은 "민주당은 이 개정안이 잘못됐다고 말하면서도 끝내 밀어붙였다"며 "택시노동자 목소리는 외면하고 택시회사 민원만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택시노동자들은 간주근로시간제 적용을 제외업종을 정하는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업장 밖에서 일해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노사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데,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바꿔 이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없는 업종을 정해달라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58조의 4항은 간주근로시간제와 관련해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 총무국장은 "택시 안에는 디지털 운행기록 장치와 GPS가 있어 언제 어디서 승객을 태우고 내렸는지 모두 기록된다"며 "사업장 밖에서 일하더라도 노동시간을 충분히 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40여개 시민단체 연대 "정부가 답해야"
시민사회는 100일간 이어진 고공농성에도 문제가 풀리지 않자 연대에 나섰다. 민변과 김용균재단,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진보 4당 등 40여개 단체는 '고공농성 100일 연대 시민사회단체'를 발족했다. 이들은 택시월급제 즉각 시행과 택시업종 간주근로시간제 적용 제외를 요구하는 연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최세호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은 "시민사회단체가 100일을 기점으로 목소리를 내며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취지"라며 "고공농성 장소가 최악의 환경이라 빠른 시일 안에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총무국장이 머무는 통신탑 위는 지상보다 4도 이상 높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7도 가까이 높다고 한다. 비가 오면 철탑 기둥을 타고 빗물이 흘러내리고, 장마가 지나면 체감온도가 40도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 총무국장은 "밑에서 함께 투쟁해 준 분들이 있어 100일을 버틸 수 있었다"며 "지상으로 내려가 동지들과 밥 한 끼 먹을 수 있도록 이재명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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