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직장내 괴롭힘 매뉴얼에 ‘뒷말’

고용노동부가 개정한 '직장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 제시된 사례를 두고 전문가들이 우려를 제기했다.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와 판단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현장에서 잘못된 기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지난 2일 '직장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을 개정했다. 노동부는 괴롭힘 인정 사례와 불인정 사례를 함께 제시해 사업장 조사 담당자와 노사가 쉽고 일관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종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화평)는 "인정 사례든 불인정 사례든 사건마다 결론을 좌우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맥락이 있는데, 이를 생략한 채 불인정 사례로 소개하면 현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며 "특히 미확정 하급심 판결을 다수 인용한 것은 향후 결론이 달라질 경우 매뉴얼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뉴얼은 '개인적 업무 강요' 불인정 사례로 회사 임원이 직원에게 회식 장소까지 데려다 달라거나 회식 다음 날 자택에서 회사까지 운전해 달라고 요구한 사안을 소개했다. 해당 판단례는 피해자가 30회 이상, 행위자는 3~4회라고 주장하는 등 행위 횟수를 객관적으로 특정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동의한 점 등을 종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 판단례를 예시로 이 노무사는 "피해자와 행위자의 주장이 달라 핵심 사실관계가 다투어진 사건인데도 사실관계를 특정하지 않은 채 사례를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사자는 참고인 진술과 다른 증거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먼저 확정한 뒤 법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당사자 주장을 그대로 둔 채 결론을 제시하면 사안에 대한 오해뿐 아니라 조사방법에 대한 오해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위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은 확인됐다고 소개하면서도 '비해당' 결론에 이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정신적 고통이 인정돼도 업무상 적정범위 요건이 인정되지 않으면 불인정될 수 있는 구조는 맞지만, 그에 대한 안내 없이 결론만 제시하면 일반인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는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은 개별 사례를 기계적으로 대입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관과 사업장 조사 담당자가 구체적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교육하고 안내하는 것"이라며 "사례를 제시하더라도 '유사한 사례라고 해서 곧바로 괴롭힘 인정 또는 불인정으로 결론 낼 수 없다'는 점을 더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매뉴얼 개정 현장 전문가로 참여한 김성호 노무사(노무법인 해담)는 "각자 입장에 따른 오독 위험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사례 전파가 가진 한계로 볼 수 있다"면서 "충분한 사내교육이 필요하고, 단편적 이해가 아닌 실제 직장내 위계적 폭력적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데 있어 운영 방안에 대한 내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도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판결을 맥락 없이 소개하면 현장에서는 '한 번은 괜찮다'는 잘못된 기준으로 소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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