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메모리 못 놓쳐” 러시아, 서방 제재 딛고 삼전·닉스 거래 튼다
서방 자본 단절 속 루블화 선물 거래
제재에도 높은 반도체 투자 열기 방증
종전시 러시아 자금 한국행 기대감도

홍콩 증시에서 한국 반도체 겨냥 레버리지 상품이 흥행한 데 이어 러시아가 한국 증시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선물 투자의 문을 연다. 서방의 고강도 금융 제재로 국제 금융망에서 고립된 러시아도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K-반도체’ 금융 상품을 자국 증시에 도입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종전돼 금융 제재가 풀린다면 선물 거래 자금이 한국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5일 러시아 최대 민영 통신사 인터팩스에 따르면 모스크바 증권거래소(MOEX)는 7월 9일 글로벌 대표 한국 지수 추종 상품 ‘아이쉐어즈 MSCI 사우스코리아 상장지수펀드(ETF·EWY)’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 이어 일주일 뒤인 16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 종목 선물 거래를 개시할 계획이다.
서방 금융 제재에 외부 투자가 막혀 있는 러시아가 자국 내 반도체 투자 수요에 발맞춰 선물 거래를 여는 셈이다. 마리아 파트리케예바 MOEX 파생상품 시장 이사는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현지 컨퍼런스 ‘스마트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메모리, AI라는 세계적 메가 트렌드 중심에 선 한국의 핵심 기술 기업”이라며 “러시아 투자자들은 ETF를 활용해 한국 시장 전반에 특화한 포트폴리오를 짜거나 기술 주도주에 집중 투자하는 등 다변화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선물 거래는 미 증시에 상장된 EWY ETF나 국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선물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이 아니다. 러시아 내부에서 이뤄지는 루블화 선물 거래로 가격 차액만 정산된다. 글로벌 대형 ETF나 파생상품의 가격 구조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제재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현물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 속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다만 러시아 금융 제재가 풀릴 시 일부 자금이 국내에 흘러들어올 여지는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차후 현물 투자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러시아 증시는 서방 자본시장과 단절에도 탄탄한 유동성을 유지 중이다. MOEX에 따르면 올해 5월 거래액은 161조 5000억 루블(약 3324조 원)로, 1~5월 누적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3.3% 늘어난 862조 6000억 루블(약 1경 7752조 원)에 달했다.
글로벌 자본의 K-반도체 러브콜은 비단 러시아만의 현상이 아니다. 앞서 홍콩 증시(HKEX)에서도 삼전·닉스 2배 레버리지 ETF가 흥행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을 이끈 바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도 독점적 기술력을 갖춘 한국 메모리 반도체를 향한 글로벌 자본의 갈증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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