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노인보호구역”...인천 실버존의 위험천만한 민낯 [현장, 그곳&]
단속 카메라는 단 52대 등 부족한 안전망
“안전시설 및 단속 등 환경 개선 시급”

“노인보호구역이라고 써놓기만 했지, 그 누구도 노인들을 보호하지 않아요.”
5일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한 경로당 앞 노인보호구역. 언덕으로 이어지는 이곳 도로 바닥에는 노인보호구역이라고 써놨지만 이면도로 양옆으로는 불법주정차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어르신들은 도로 한가운데로 걷고 있었고,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주차 차량 사이로 잠시 피했다가 다시 걸음을 이어갔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 한 경로당 앞 노인보호구역도 마찬가지. 보행보조기를 밀며 천천히 도로 가운데를 지나가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뒤를 바짝 붙어 주행하던 차량은 지나갈 공간이 생기자 위험하게 어르신을 앞질러 빠져나갔다.
이곳에서 만난 A씨(71)는 “차들이나 오토바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깜짝깜짝 놀란다”며 “여기가 노인보호구역이라는 것도 잘 몰랐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노인보호구역이 인식 부족과 안전시설 미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인보호구역 안에서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실질적으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보행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2025년 인천 노인보호구역에서 발생한 노인 교통사고는 모두 3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 규모가 훨씬 큰 서울 31건, 경기 30건을 웃도는 수치다.
도로교통법(제12조의2 노인 및 장애인 보호구역의 지정·해제 및 관리)에 따르면 노인복지시설과 자연공원, 도시공원, 생활체육시설 등 노인이 자주 오가는 곳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인천시는 272곳의 노인보호구역을 지정·운영 중이다.

그러나 관내 노인보호구역 대부분은 보도와 차도를 분리하지 않은 이면도로라 불법 주정차가 많고, 주택 밀집지역인 탓에 주정차 단속을 엄격하게 하지 않아 사실상 이름만 노인보호구역이다.
같은 법에 따라 정하는 어린이보호구역은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설치가 의무지만, 노인보호구역은 강제 규정이 없어 인천지역 노인보호구역 내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는 52대에 불과하다.
지역 안팎에서는 노인보호구역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불법주정차 단속과 안전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현배 한국도로교통공단 인천지부 교수는 “노인보호구역의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지속적인 불법주정차 단속이 필요하다”며 “과속방지턱과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 등 안전시설 설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민재 기자 ltjang@kyeonggi.com
함현철 기자 hamhea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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