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간 공약 알리면 과태료”…제도에 갇힌 무투표 당선인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②]
당선 확정시 선거운동 전면 중지
유권자 정책·공약 등 알권리 박탈
양당제 구조 개혁 공약 경쟁 강화
선관위 “정보 제공 개선 적극 검토”
‘무투표 당선 제도’는 1948년 제헌국회 당시 국회의원선거법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 후보자 수가 의원 정수를 넘지 않을 때 선거운동을 중지하도록 한 제도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90조 제2항은 후보자 수가 해당 선거구의 의원 정수를 넘지 않을 때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선거일에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당선 사유가 확정된 순간부터 공직선거법 제275조에 의거해 해당 선거구의 모든 선거운동이 즉시 중지된다는 점이다. 만약 이를 위반하고 선거공보물을 배포하거나 정책을 알리는 선거운동을 이어갈 경우 공직선거법 제261조 제6항 제1호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결국 무투표 당선인들은 본인들이 원해도 법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알릴 기회가 없다. 이번 제9회 지방선거에서 경기인천 지역에서만 총 96명에 달하는 지방의원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공약이 무엇인지조차 알리지 못한 채 임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경기도 전체 지방의원(638명)의 11.8%, 인천광역시 전체 지방의원(174명)의 12.1%에 달하는 수치로 경기인천 지역 지방의원 10명 중 1명 이상이 정보가 철저히 가려진 ‘불투명’ 상태로 의회에 입성했음을 뜻한다.
더욱이 당선된 이후에도 대부분의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공약을 알릴 공간이 마련되지 않아, 유권자 입장에서는 무투표 당선인들이 어떠한 공약을 내걸고 활동하는지 선거기간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투표 당선인들도 현행 제도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다.
무투표 당선으로 경기도의회를 입성한 박은주 의원(더불어민주당·파주1)은 “공보물 제작 중 무투표 당선이 확정돼 작업을 강제 중단했다”며 “현재는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는 사실만 통보하는 ‘무투표 안내문’ 한 장만 전달되는데, 여기에라도 무투표 당선인의 공약을 기재해 유권자들이 지역구 의원을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투표 당선으로 향후 4년간 고양시의원으로 활동하게 된 신인선 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자) 역시 “공식 선거운동을 못 해 이름과 공약을 알릴 기회가 사라졌다”며 “일부 시민들은 투표용지에 이름이 없었는데도 ‘당신을 찍었다’고 말할 정도로 정보 전달이 안 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제출된 공약 자료가 없어 유권자들이 의원의 4년 목표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평소 의정활동과 주민 밀착 행보로 정책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운영 방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투표 당선은 제도와 양당제가 만든 구조적 병폐로, 의원들이 공약 자체에 신경을 쓰지 않게 만든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1·2인 선거구를 대선거구제나 비례대표제를 결합한 방식으로 개편, 군소 후보의 진입을 도와 거대 양당 중심의 구조를 깨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운동 자체를 허용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당선 이후 무투표 당선인의 공약 자료를 정책공약마당 등에 공개하는 방식은 운영 개선으로도 가능하다”며 “무투표 당선인과 일반 당선인의 형평성,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정성식 기자 jss@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서다희 기자 happiness@kyeonggi.com
이실유 기자 lsy080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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