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잘나가던 점포였는데…" 홈플러스 생선코너엔 '텀블러'만 가득
직원들 "소식 몰라… 퇴사 후 계획 없어"
손님들 "주변 마트 없는데 사라지면 불편"
20일까지 자금 조달 못하면 노동자 타격

"집 근처라 일주일에 한 번은 왔었는데, 없어지면 온라인에서 사야죠. 그나저나 여기 직원들은 어떡해요."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린 다음 날인 4일 서울 관악구 홈플러스 남현점에서 만난 40대 한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들과 함께 장을 보러 온 한씨는 홈플러스의 상황을 아들에게 설명하던 중 "아무래도 (회생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걱정스러워했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한산하다 못해 매장에는 적막한 분위기가 흘렀다. 상품을 진열하는 매대 대부분은 홈플러스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 상품들로 채워졌다. 반찬 코너에 국자·뒤집개 등 조리 도구가 있는가 하면 델리 코너는 냄비·주전자 등 주방용품이 차지했다. 냉동 만두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심플러스 냉동 블루베리만 가득했다. 경영난 이후 상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한 직원은 "다른 층에 있던 업체 물품들은 이미 다 빠졌다. 아마 남은 것(PB 상품)들도 더 싸게 재고 처리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들은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10여 년간 이곳에서 근무한 A씨는 "(본사, MBK파트너스, 메리츠금융그룹) 다들 무슨 속내인지 모르겠다. 아직 본사 소식도 들은 게 없다"면서 "정년퇴직이 1년 남았는데, 남은 기간만이라도 일상적으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젊은 직원들은 미리 퇴사해 실업급여 받고 있다는데, (남아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남현점 '오픈 멤버'였다는 또 다른 직원도 "우리도 소식을 그냥 기다리고 있다. 아직 (퇴사 이후) 계획 같은 거 없다"면서 "제일 윗선에서 제대로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님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홈에버에서 13년 전 홈플러스로 바뀐 남현점은 유동 인구가 많은 데다 주변에 경쟁할 만한 대형마트가 없어 서울에서도 잘되는 점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최근 근처로 이사를 왔다는 30대 김모씨는 "(회생절차 폐지) 소식을 지금 들었는데, 없어지면 생활이 불편할 것 같다"면서도 "와서 눈으로 보니 정말 망할 것 같긴 하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도 "어제 소식을 듣긴 했는데, 반찬 코너에 이런 게(주방용품) 있으니 조금 이상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전날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에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회생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 자금 2,000억 원을 아직까지 조달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달 20일까지 홈플러스가 자금 조달에 성공하지 못하면 1만2,000여 명의 노동자를 비롯해 4,600여 협력업체에까지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노동조합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는 "법원의 결정은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게 사실상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며 "정부는 모든 긴급조치를 통해 회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도 "MBK와 메리츠는 즉각 자금을 투입하고 정부와 국회도 생계가 걸린 10만 명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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