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 종합병원도 의사 없어…신생아중환자실 10곳 중 1곳 멈췄었다
최근 5년간 최소 1년 미운영 병원 10곳
전공의 278명→19명으로 급감 여파
인력난 탓 당직에 의사들 "한계 도달"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있는 종합병원 10곳 중 1곳은 최근 5년 사이 이 시설 운영을 중단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를 이을 전공의가 급감한 탓에 잦은 당직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온 전문의가 병원을 떠난 결과다. 정부는 의사들이 신생아중환자실을 지킬 수 있도록 의료 사고 부담 완화 등 정책을 내고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할 전공의를 끌어들일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간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107곳이었다. 이 기간 1년이라도 신생아중환자실 가동을 멈춘 병원은 서울 미즈메디병원·한일병원·가톨릭대여의도성모병원, 경기 중앙대광명병원·인제대일산백병원, 광주전남 빛고을여성병원, 경북 구미차병원, 경남 창원한마음병원, 울산 더프라우병원, 제주 제주한라병원 등 10곳으로 모두 종합병원이었다.

신생아중환자실 인력난은 지난달 28일 열린 '분만 인프라 회복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상급종합병원인 전북대병원의 김진규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사직을 선언하면서 불거졌다. 그런데 복지부 통계를 보면 상급종합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종합병원급에선 의료진을 확충하지 못해 신생아중환자실을 폐쇄한 곳이 이미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한신생아학회가 3일 '대통령과 국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의사가 없어 지방의 여러 중소 NICU가 문을 닫았고 이제는 수도권 중소병원들마저 인력난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전국의 신생아중환자실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힌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신생아중환자실은 임신 37주 전 태어난 조산아, 출생 시 체중이 2.5㎏을 밑도는 저체중아를 비롯해 출생 전후로 건강에 이상이 있는 아기들을 집중 치료하는 곳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에서도 신생아 세부 전문의가 주로 책임진다.
"아무리 많이 준대도 사람 구하기 어려워"

출산율 감소에도 고위험 신생아 비중은 오히려 늘고 있어 신생아중환자실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중 조산아 비중은 2014년 6.68%에서 2024년 10.13%로, 저체중아 비중은 5.71%에서 7.76%로 증가했다.
의료계에선 신생아중환자실을 맡을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을 뒷받침할 전공의마저 충원되지 않으면서 붕괴 직전에 처했다고 본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신생아중환자실 근무 전공의는 2018년 278명에서 2022년 155명, 2023년 102명으로 감소하다 의·정 갈등이 터진 2024년엔 8명으로 주저앉았다. 2025년 22명으로 소폭 늘었으나 올해 3월 기준 19명으로 다시 줄었다.
전공의가 신생아중환자실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적은 인력에 따른 잦은 당직이 꼽힌다. 격무에 시달릴 게 뻔해 젊은 의사들이 찾지 않는다는 얘기다. 신생아 중환자는 치료 난도가 높아 의료 사고 가능성이 큰 점도 전공의가 관심을 갖지 않는 요인이다. 김 교수는 "아무리 높은 연봉을 준다고 해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신생아중환자실 인력 부족은 결국 환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북 지역만 보면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이 문을 닫을 경우 관련 시설 운영 병원은 원광대병원, 전주예수병원 두 곳만 남게 된다. 신생아 중환자를 받을 병원이 줄어드는 데다 두 곳에 환자가 집중될수록 업무 부담이 커진 의사가 의료 현장을 떠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다.
지역의사제, 공공의대를 통해 앞으로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진을 확충할 수 있긴 하나 실제 의사 배출은 2033년부터라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복지부는 그 전까지 의료 사고 부담 완화 정책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일할 의사를 늘리는 데 기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4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고위험 필수 의료 행위에 대한 형사 부담은 줄어든다. 또 분만·소아·응급 등 필수 의료 전문의의 의료 사고 배상 보장 한도는 17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올랐다. 복지부 관계자는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이 의료 사고 부담을 덜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동훈에 찰밥 준 할머니 "이제 오지 말고 국정이나 잘 보라 하이소"-사회ㅣ한국일보
- 홍준표 "추경호 뽑더니 투자 1원도 못 가져와... 대구 청년만 불쌍"-정치ㅣ한국일보
- 이진숙, 배재고에 응원 화환…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상관이냐"-정치ㅣ한국일보
- 6개월 만에 영면에 든 두물머리 살인 피해자..."억울해서 물 위로 떠오른 것"-사회ㅣ한국일보
- 靑, "5·18 성역화" 이병태 경고에… 여야 "즉각 해임·사퇴" 압박-정치ㅣ한국일보
- "SUV 뒷문 열고 접근" 검찰, 장윤기 '성폭행 목적 납치' 정황 확보-지역ㅣ한국일보
- 리센느 원이 "무섭노" 말 한마디에... 정치권까지 '일베' 공방-정치ㅣ한국일보
- '김부장' 조복래 이 뽑은 남실장, 알고보니 소진 남편 이동하-문화ㅣ한국일보
- 수원 '파란대문 장미' 잘라간 60대 2명…"집에서 키워보려고"-사회ㅣ한국일보
- 백악관 "쿠팡, 이재명 정부에 찍혀"… 韓 유감 표명 뒤 반박-국제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