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쟁률 90대 1 뚫고 관악산 오른 청춘, 인연도 우정도 찾았다
등산 중 여러 참가자와 돌아가면서 대화
區 "사회관계망 형성 사업, 지속 추진할 것"

"저희 인스타그램 교환해요."
5일 오전 서울 관악산 정상 자락. 높이 632m 산길을 함께 오른 20·30대 청년이 서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주고받았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어색해하던 이들은 어느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큰 관악구가 마련한 '등산해듀오' 현장이다.
관악구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기운'이 좋은 곳으로 입소문을 탄 관악산을 무대로 삼았다. 마주 앉는 통상의 소개팅 대신, 함께 산을 오르며 취미를 공유하도록 했다. 청년 1인 가구 증가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문제가 커지자 공통의 관심사를 관계망 형성의 매개로 삼은 것이다. 참가비 1만 원은 전액 지역 사회적협동조합에 기부한다.
행사에는 1990년대, 2000년대생 관악구 거주자와 생활권자를 대상으로 남녀 각각 7명을 모집했는데 남성 663명, 여성 601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90대 1에 육박했다. 참가자는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선발했다. 주최 측은 "생년월일 정도만 기입하도록 하는 등 지원 절차를 간소화해 청년의 부담을 줄인 점이 관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8시 관악산역 인근에 모인 남녀 참가자 12명은 구간마다 대화 상대를 바꾸는 '등산형 로테이션'을 통해 금세 어색함을 풀었다. 취미와 직장, 일상을 이야기하며 이성뿐만 아니라 동성끼리도 쉽게 말문을 텄다.
참가자 곽남수(33)씨는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미래의 상대도 나와 함께 땀 흘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기준이 생겼다"며 "취미가 맞는 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주저 없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성 참가자 6명을 인터뷰하는 과제를 수행했고, 답을 모두 모아야 호감도 1순위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랑의 짝대기권'을 받았다.
하산 뒤 참가자들은 마음에 든 상대를 선택했다. 주최 측은 서로를 선택한 참가자에게만 결과를 알렸고, 이날 최종 두 커플이 탄생했다.

공식 일정이 끝난 뒤에도 청년들은 "점심 먹으러 가자"며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소개팅을 넘어 함께 취미를 즐길 친구를 얻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직장인 유지훈(31)씨는 "주변에 같이 등산할 사람이 없어 늘 아쉬웠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 반가웠다"며 "무조건 이성을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며 취미를 즐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참가자 한현해(26)씨도 "일반적인 로테이션 소개팅은 상대 조건을 많이 따지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건보다 취미를 공유하는 분위기여서 좋았다"고 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청년 등 1인 가구가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없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악구만의 특색 있는 사회관계망 형성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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