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잠시 OFF… 교실에선 '생각하는 뇌' 먼저 ON
6년간 AI중심, 올 중점학교 전환… 코딩·데이터 분석 진행
문제해결력 키워 진학 성과, 서울 4년제대학 합격 2.5배 ↑

"요즘 아이들 컴퓨터 다 잘할 것같죠? 아니에요. 두 손으로 영어 타자도 못 치고 윈도우 사용법도 몰라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태블릿을 사용하니까요."
지난 1일 서울 태릉고등학교에서 만난 노혜윤 정보교사는 "모바일환경에만 익숙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학교에서 가르쳐줘야 하는 게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AI(인공지능)중점학교'로 선정된 태릉고는 주변지역에서 공대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태릉고는 2020년 AI융합교육중심학교에 선정됐는데 올해 AI 교육을 강화하는 교육부 정책에 따라 'AI중점학교'로 바뀌었다.
태릉고 1학년은 '정보'와 '인공지능 기초'를 모두 필수로 듣고 2학년부터 '프로그래밍(파이썬)' '인공지능 수학' '인공지능과 피지컬컴퓨팅' 등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이 프로젝트 수업으로 학생들은 실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데이터 분석을 해본다. 다만 이 과정에서 AI 프로그램은 사용하지 않는다. 노 교사는 "고등학생 때는 어떤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생각을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대학에 진학한 뒤에 AI를 '도구'로 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희망진로에 따라 가공식품의 영양성분을 시각화해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거나 한국 반도체 생산과 수출 변화를 분석해 전망이 좋다고 판단되는 회사를 가상으로 설립해본다. 휴일이나 방학 때는 교내 해커톤, 인공지능캠프 등을 개최하고 학교 축제에서는 AI 연구 동아리가 로봇축구대회를 운영하기도 한다.

다만 학생들의 정보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교구 및 컴퓨터 시설, 정보교사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과목에 학생 50~100명이 신청하면 수업마다 20~30명으로 분반해 진행한다. 태릉고 컴퓨터실은 3곳이지만 기기가 노후한 교실이 있어 올해 AI중점학교 지원금으로 리모델링을 할 예정이다.
일반 고등학교는 정보교사가 1명인 데 반해 태릉고는 3명이지만 그만큼 수업이 많아 수업 및 평가 업무부담도 높다. 노 교사는 "파이썬 수업을 듣고 있는 220명을 포함해 총학생 300명을 담당해 평가 및 세특을 써준다"며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교원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태릉고 학생들이 보여준 것처럼 진로와 연결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며 스스로 생각을 키우는 과정이야말로 AI를 도구로 활용할 줄 아는 살아 있는 교육"이라고 밝혔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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