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시켜놓고 나몰라라”… 인구감소율 1위 태백의 비명

태백/곽래건 기자 2026. 7. 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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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새 인구 21% 감소, 태백 르포
24일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의 번화가에 빈 상가들이 줄지어 있다. 태백의 번화가 중 한 곳이지만 빈 상가들이 다시 채워지지 않고 있다. /곽래건 기자

지난달 24일 강원 태백시 황지중앙초등학교 본관 3층에 올라가자 빈 교실 4개가 잇따라 나타났다. 책상과 의자는 한쪽에 밀려 있었고, 칠판 앞에는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었다. 학생 수가 급감하며 교실 기능을 잃은 것이다. 2018년 470명이었던 학생은 올해 150명으로 줄었다. 김영혜(60) 교장은 “매년 학생이 30~40명씩 줄고 있다”고 했다.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태백시의 초등학생은 2018년 2343명이었지만, 올해 1243명으로 줄었다. 12개 초등학교 중 6곳은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초미니’다.

국내 석탄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한 때 인구 12만명에 달했던 태백시는 석탄 산업의 쇠락과 함께 인구감소율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4만7070명이었던 인구는 지난해 3만7088명으로 10년 새 21.2% 줄었다. 이 기간 인구 감소율이 20%를 넘긴 시·군·구는 전국에서 태백시가 유일하다. 지난해 태백시에서 태어난 아이는 97명인 반면, 사망자는 494명으로 5.1배에 달했다. 정부가 최근 반도체 등을 앞세운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지역 균형 발전 논의가 다시 불붙었지만, 태백 등 지역에선 “가뜩이나 산업 기반이 부족해 지역 소멸을 겪고 있는데, 메가 프로젝트에서도 소외됐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24일 강원도 태백시 황지중앙초등학교 3층 교실에 책상과 의자 등이 놓여져 있다. 학생 수가 줄면서 지금은 교실로 쓰이지 않고 있다. /곽래건 기자

태백시 인구가 급감한 것은 핵심 산업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국내 최대 탄광이었던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았다. 이날 찾은 장성광업소는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주변 상권은 썰렁했다. 광업소 맞은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인박(80)씨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절반이 넘고, 손님이 있어 봐야 하루 한두 명 수준”이라며 “일주일 전 가게를 내놨다”고 했다. 김씨는 “예전에는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고 했던 동네인데, 이제는 가게 유지도 안 된다”며 혀를 끌끌 찼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 공공 부문을 제외하면 젊은 층을 붙잡을 만한 일자리가 없다. 태백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태백시 취업자는 28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9% 줄었다. 그나마 20대 취업자는 43명, 30대는 23명에 그친 반면 50대 이상이 169명으로 취업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태백상공회의소 함억철 사무국장은 “결국 도시가 살아나려면 산업이 들어와야 하는데,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이 너무 미약하다”며 “우리나라의 산업화도 결국 석탄이 있어 가능했는데, 정부가 폐광만 시켰을 뿐 이후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청년을 붙잡거나 외부에서 끌어오던 통로도 끊겼다. 태백의 유일한 대학이던 강원관광대도 2024년 문을 닫았다. 시내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고향에 남고 싶어도 대학도 없어 어차피 태백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문 닫은 대학 인근에는 ‘임대’ 안내가 붙은 상가가 여럿 보였다. 상인들은 “가게를 내놓은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새로 장사하려는 사람이 없어 팔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열악한 인프라도 주민들을 떠나게 하고 있다. 토박이인 한미경(42)씨는 “놀다가 찢어진 아이 이마를 꿰매기 위해 2시간 가까이 떨어진 강릉까지 가야 했다”며 “더 늦기 전에 원주로 이사 가려 한다”고 했다. 한씨는 “교통이며 모든 인프라를 수도권에만 몰아주는데, 지방에서 살고 싶겠느냐”며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 40여 명 중 태백에 남은 사람은 2~3명도 안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태백시는 미래 인구 감소의 예고편”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유혜정 인구연구센터장은 “앞으로 태백 같은 지역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수백조 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필요하지만, 태백시와 같은 고사 직전의 지역에 대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정책적 투 트랙’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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