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선풍기 한대·곰팡이와 사투…무더위 속 아이들

정혜윤 기자 2026. 7. 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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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장마를 견뎌야 하는 수현이·지윤이네
암투병 엄마 치료비 부담에
하루하루 생계유지도 벅차
동생·시각장애 부모 돌보며
집안일 가족의 버팀목 역할
건강한 여름나기 지원 절실
본보·초록우산 연중캠페인
▲ 곰팡이를 닦고 위에 벽지를 붙여놓은 지윤이네 집.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본부 제공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집은 더위를 피하는 쉼터다. 하지만 취약계층 아동에게는 오히려 가장 견디기 힘든 공간이 되기도 한다. 냉방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집에서 높은 습도와 곰팡이를 견뎌야 하는 아이들에게 여름은 단순히 불편한 계절이 아니라 건강과 일상을 위협하는 기간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아이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욱 길어지게 되고, 휴식권과 건강권은 위협받게 된다.

◇선풍기로 여름 버티는 수현이네

초등학생 수현이(가명·9세)는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는 한부모가정이다. LH 전세임대주택으로 이사하며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에어컨이 없다. 정확히는 사용할 수 없는 에어컨이 있다. 이전 집에서 사용하던 오래된 에어컨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새집에 설치하려면 30만~40만원의 설치비가 필요했다. 암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도 벅찬 가족에게 쉽게 마련할 수 없는 큰돈이었다. 결국 에어컨은 집 한편에 놓인 채, 선풍기 한 대가 유일한 냉방기기가 됐다.

수현이의 어머니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현재 가족 가운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생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하루하루 치료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에어컨 설치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곰팡이 속 습한 여름 견디는 지윤이네

고등학생 지윤이(가명·16세)는 부모님과 동생을 돌보는 가족돌봄아동이다. 부모님 모두 시각장애가 있으며, 특히 어머니는 고혈압과 부정맥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지윤이는 부모님의 이동을 돕고 집안일과 동생 돌봄까지 책임지며 가족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은 18평 규모의 오래된 다세대주택 1층이다. 네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공간이 좁은 데다 햇빛이 충분히 들지 않는 구조여서 집 안은 늘 습기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사 당시 도배와 장판을 새로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벽지 곳곳에는 다시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장마철 제습기가 없어 높은 습도를 견뎌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곰팡이는 계속해서 번진다. 시각장애가 있는 부모님은 집 안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결국 청소와 환기, 습기 관리까지 대부분 지윤이의 몫이 된다. 가족을 돌보는 일만으로도 벅찬 지윤이에게 여름은 또 하나의 돌봄을 요구하는 계절이다.

◇여름나기 견딜 '집다운 집' 절실

폭염과 장마는 모두에게 찾아오지만, 이를 견디는 조건은 같지 않다. 수현이네는 에어컨 설치비가, 지윤이네는 습기를 줄여줄 제습기가 절실하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생활가전이 이들에게는 건강과 일상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아이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인 집은 더위를 견디는 곳이 아니라 아이를 보호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냉방과 제습은 단순한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충분히 쉬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생활환경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본보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폭염과 장마 속에서도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주거환경 개선과 생활안정 지원을 이어가고자 한다. 작은 변화 하나가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여름을, 가족에게는 다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이 된다. 올여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더위를 피할 수 있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집다운 집'이다. 정혜윤기자

※울산지역 주거빈곤아동 주거비 지원 문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