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퍼시’에게 안녕! “펄펄 끓는 지구, 화성이 구할 것”

김윤덕 선임기자 2026. 7. 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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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이 만난 사람] NASA 화성 탐사 이끄는 제인 오
화성에 물과 생명체가 살았다는 증거를 얻기 위해 '마스 샘플 리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제인 오 박사는 AI시대 패권은 우주 개발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우주왕복선 퇴역으로 미항공우주국(NASA)이 위기를 맞은 2011년, 한 여성 과학자의 연설이 화제가 됐다. 세계 지도 속 한국을 가리키며 “이곳이 한국전쟁 후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 소개한 그는, 박정희 대통령과 산업화를 일군 부모 세대 이야기를 전했다.

“폐허의 분단국을 21세기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성장시킨 그들은 탁월해지려면 노력해야 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사실을 가르쳐줬다. 나사의 전망은 암울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온 한국에서 배워라. ‘웨이크 업(Wake up·정신 차려!) ”

2026년 6월 2일 경기 과천시 한 아파트 인근. 美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화성탐사 SW 총괄 제인 오 박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 당돌한 여성은 현재 나사(NASA)에서 화성 탐사 소프트웨어 총괄을 맡고 있는 제인 오(한국명 장미정) 박사. ‘마스(Mars·화성) 2020’ 프로젝트의 퍼시비어런스 탐사선 개발을 시작으로 ‘마스 샘플 리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그는, 나사 최고 권위의 우수공로훈장(EPAM)을 받기도 했다. 영문학도였던 그는, “닐 암스트롱이 달 위를 걷는 모습에 충격 받은 아홉 살 소녀가 나사에서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제인 오 박사가 개발에 참여한 NASA의 화성 탐사차 퍼시비어런스. /제인 오 박사 제공

◇코로나 뚫고 쏘아올린 탐사선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고.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준다고 해서(웃음). 44년만에 교가를 부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화성 탐사에서 소프트 웨어를 총괄한다던데.

“소프트웨어는 로켓, 탐사선, 장비들이 우리가 원하는 일을 실행할 수 있게 지시하는 ‘두뇌’다. ‘마스 2020’의 경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합쳐서 500명 연구자들과 함께했다. ‘마스 샘플 리턴’은 700명이 넘는다.”

-2013년부터 화성 탐사를 진두지휘했다.

“책임이 가장 많은 사람일 뿐 보스 개념은 아니다. 나사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회의할 때도 상석이 따로 없다. 들어오는 대로 자유롭게 앉는다. 나는 수많은 퍼즐이 맞춰지도록 토론과 조정을 돕는 구심점일 뿐이다.”

-팀원은 모두 과학자인가?

“생물학자, 화학자, 지질학자, 엔지니어를 포함해 언어학자, 경영전문가까지 들어와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화성 탐사는 사람, 돈, 스케줄을 관리해야 하는 매니지먼트가 매우 중요하다. 언어학자는 우리가 국립과학원(NAS)에 제안서를 내고 예산을 따낼 때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프로젝트가 왜 미국와 전세계를 위해 꼭 필요한지 글로써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4년 나사 최고 권위의 우수공로훈장을 받았더라.

“탐사 로봇 ‘퍼시비어런스’를 화성에 보낼 때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다. 대면 소통은 물론 출퇴근도 어려운 시기라 연구소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마침내 퍼시를 화성에 보내고 모두가 환호했는데, 어느날 상을 받으러 오라고 하더라(웃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설계자를 비롯해 SF영화 거장 리들리 스콧, ‘스타트렉’ 작가 빌 프레이디가 역대 수상자였다.

“운이 좋았다.”

-영화인들과 친분이 있나?

“친분은 없고, 그들이 화성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면 우리한테 프리뷰를 부탁한다. 너무 황당하면 안 되니까(웃음).”

예기치 않은 사고로 화성에 남아 생존해가는 우주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마션'의 한 장면. /20세기폭스

◇화성의 돌과 흙을 지구로!

-왜 화성인가?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고, 기후 변화와 전염병, 식량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구의 미래를 이해하고 대안을 찾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 ‘마션’에서는 생물학자가 화성에 남아 감자를 재배한다.

“아직은 계획일 뿐이지만,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도 처음엔 황당무계한 꿈이었다.”

-나사는 1997년 소저너를 시작으로 스피리트,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퍼시비어런스까지 5개의 탐사차(Rover)를 화성에 보냈다.

“소저너는 10kg의 작은 로버로 화성에 착륙할 때 에어백을 매야 했지만, 두번째로 간 스피리트와 오퍼튜니티는 185kg에 과학 장비도 싣고 가면서 본격 탐사를 시작했다. 2011년에 간 큐리오시티는 그야말로 퀀텀 점프! 1톤 무게에 자동차만한 크기로 아직도 살아서 활동하고 있다.”

-당신이 보낸 퍼시비어런스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던데.

“23개 카메라와 2개의 마이크로폰이 장착돼 화성의 소리를 녹음하고 모든 탐사 활동을 촬영한다. 특히 굴착기가 달려 있어 화성의 흙과 암석을 채집한다. 퍼시가 시험관에 넣어 보관한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게 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마스 샘플 리턴’ 프로젝트다.”

-화성의 돌과 흙을 왜 가져오려고 하나?

“화성에 물과 미생물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탐사선이 보내온 사진으로만 봤을 뿐, 그곳에 생물체가 살았다는 사실은 화성의 흙과 돌을 직접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 전세계 화성 연구자들이 퍼시에게 어느 곳의 암석, 어느 땅의 흙을 채취해 달라고 앞다퉈 주문하는 이유다.”

-‘인제뉴어티’라는 이름의 소형 헬리콥터도 함께 보냈더라.

“퍼시의 정찰 임무를 돕는다. 화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의 1%에 불과에 헬리콥터가 날기 어려운데, 인제뉴어티가 비행에 성공했다. 퍼시가 볼 수 없는 언덕 너머를 인제뉴어티는 날아가서 볼 수 있다. 수명도 길어지고 점점 영리해지고 있어서 데이터 수집, 짐 운반, 사진 촬영까지 그 용도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낙오된 우주인이 기지 안에서 감자를 키우며 생존하는 모습. /20세기 폭스

◇AI시대 패권, 우주에서 결정

-탐사차 이름이 왜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인가?

“미 전역 학생들에게 이름을 공모했는데, 어느 고등학생이 보낸 ‘엄청난 인내심’이란 뜻의 이 단어를 보고 모두가 무릎을 쳤다. 코로나 시기인데다, 화성 탐사가 어마어마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라 번아웃 직전의 연구자들이 만장일치로 선택했다(웃음). 우주 과학자가 꿈이라는 그 학생을 데려와 우리 실험실을 구경시켜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퍼시는 로봇이지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퍼시’가 보내온 리포트를 읽으며 인사를 나눈다. ‘잘 살고 있니?’ ‘어제는 뭘 채집했어?’ ‘정말 잘했어!’ 연구자들에게 로버는 ‘세컨드 베이비’다. 로버가 수명을 다하고 죽으면 다들 슬퍼하며 운다.”

-화성 연구자들은 지구보다 매일 37분씩 늦는 ‘마스 타임’으로 산다던데?

“로버가 자는 시간에 자고, 눈떠서 일하는 시간에 우리도 일해야 한다.”

-탐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돈(웃음). 예산이 많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아폴로 계획때는 연방 예산의 4%를 지원했는데, 지금은 0.4%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

“우주 탐사의 많은 영역을 민간 기업으로 보냈다. 서로 협력하며 성장하면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만나봤나?

“물론이다. 우주를 개척하는 기업의 수장들은 모두 천재고 열정적이다.”

-나사와 스페이스 엑스는 어떤 관계인가?

“협력하며 윈윈하는 관계. 우주왕복선 종료로 나사가 위기를 맞았지만, 스페이스 엑스 같은 민간 기업들에 로켓 기술을 전수해주면서 민간 우주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됐다.”

-머스크는 ‘화성 이주는 인류를 위한 종신 보험’이라고 했더라.

“나는 우주 기술이 지구의 미래를 밝게 해줄 거라 믿는다. 우주에서 보내는 데이터는 지상의 데이터보다 정확하다. 지구를 돌고 있는 수천 개 위성이 지구 온난화, 전염병, 식량 위기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주 개발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화성 탐사를 위해 개발된 우주 기술은 로켓, 위성, 반도체, AI와 직결된다. 당신이 쓰는 아이폰의 소형 카메라, 병원에서의 CT·MRI 촬영은 모두 미국의 우주 기술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AI 시대의 패권은 우주에서 결정될 것이다.”

NASA 화성 탐사를 이끌고 있는 제인 오 박사가 화성 탐사차 '퍼시비어런스' 모습을 흉내내며 활짝 웃었다. /김지호 기자

◇하루 3시간 자는 일벌레

-영문학도에서 공학도가 됐다.

“80년대 내가 대학에 다닐 땐 컴퓨터학과가 없었다. 내가 영어로 소설을 쓸 것 같지도 않아서 미국으로 날아갔다(웃음).”

-GM과 포드에서 프로그래머로도 일했더라.

“학위를 따는 틈틈이 현장에서 일했다. 미국 학계에선 실용적 경험이 중요하다. 엔지니어링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자동차 기업에서 일할 때였다.”

-나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웨인주립대 교수 시절,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현장교육에 참가했다가 스피리트와 오퍼튜니티의 발사 장면에 감격해 풀타임 연구자로 합류했다. 매일매일이 창의와 도전의 연속이었다. 23년이 넘도록 한번도 싫증 난 적이 없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엄마가 9개월 동안 뱃속에서 아기를 기르다가 마침내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안았을 때 느끼는 환희? 모든 건 하얀 종이에 작은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몇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탐사선을 로켓에 실어 보내고, 그것이 무사히 화성에 착륙한 순간 우리는 포옹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일벌레인가?

“하루 3~4시간 잔다. 눈이 저절로 떠진다.”

-NASA가 원하는 인재는?

“직장을 찾는 사람보다, 우주 과학을 자신의 운명처럼 여기고 끈기있게 일하고 현명하게 행동하는 사람.”

-괴짜가 많겠다.

“어느날 갑자기 머리를 확 밀고 오는 사람, 슬리퍼 끌고 출근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화장한 여성, 치마 입은 여성은 거의 못 봤다. ‘내가 하는 일이 지구를 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나사는 실패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던데.

“책임을 묻는다. 다만 징계가 아니라 실패의 원인과 대안을 찾게 한다. 나사에서 일하면서 내게 소리를 지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웃음).”

-2011년 나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박정희 대통령을 인용한 연설이 화제였다.

“위기의 리더십이 주제였고, ‘우리 아이들을 굶주림에서 구하려면 가난을 슬퍼할 겨를이 없다’던 그분 말씀이 떠올랐다.”

-화성으로 이주할 의향은?

“화성행 티켓이 주어지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

-스페이스 엑스 주식은 샀나?

“주식은 안 한다(웃음).”

-소망이 있다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화성의 돌과 흙을 받아보는 것. 그러려면 최소 90세까지 일해야 한다, 하하!”

☞제인 오

1960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와 미국 디트로이트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미시건대에서 산업·운영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GM에서 소프트웨어 시스템 엔지니어로, 포드에서 매니저로 일하다 웨인주립대 교수가 됐다. 2003년 나사 교수진 펠로십에 선발된 뒤 제트추진연구소 화성 탐사 팀에 합류, 소프트웨어 총괄을 맡아 ‘Mars 2020’ 프로젝트를 완료했고, 현재 ‘Mars 샘플 리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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