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가 쏘아올린 ‘극우적 표현’의 자유

배재고 징계 관련 “기본권 부인” 주장하며 ‘혐오 발언’ 합리화
헌법 21조 등 ‘타인 명예·권리 침해 금지’ 전제한 현행법 무시
청와대가 배재고 사태와 관련해 “5·18이 성역이 됐다”고 언급한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사진)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엄중 경고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 부위원장은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제일고와 경기하면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응원 구호를 외쳐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것을 두고 “발언을 근거로 (한) 처벌은 기본권의 부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위원장이 혐오·차별 발언도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기본권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극우적 논리를 답습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이 부위원장 발언을 두고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국무조정실에서 언행에 신중해달라는 의견을 전한 데 이어 청와대도 공개적으로 엄중하게 경고를 전달했으니 그 의미를 잘 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전날 이 부위원장의 글이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에 엄중히 경고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했다.
앞서 이 부위원장은 지난 3일 SNS에 “역사의 성역화로 어린 학생들의 장난에 가까운 일탈도 수용이 안 되고 어른들의 정치가 됐다”며 “대한민국보다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글을 삭제한 이 부위원장은 지난 4일 다시 SNS에 “발언을 근거로 (한) ‘처벌’은 기본권의 부인”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생각을 처벌의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기본권”이라고 했다.
이 주장을 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의 의미를 몰이해했거나 곡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21조에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와 범위가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김남준 “이병태, 사퇴하는 게 임명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고 설령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해도 정치적으로나 사회·윤리적으로 모두 허용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존재하는 것도 개인 간 또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한계를 넘어선 발언에는 법적 처벌이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 등에서도 스포츠 관중의 인종 차별·혐오 표현이 문제가 되면 구단에 법적·행정적 제재를 물리는 방법 등으로 엄격하게 다룬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학교와 스포츠 영역에선 보다 엄격한 규범이 필요하며, 최소한 여기서만큼은 혐오 표현을 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측근인 김남준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사안은 표현의 자유 논쟁이 아니다. 학문적 토론과 비판은 가능하지만, 피해의 역사를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일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감쌀 수는 없다”며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임명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경영학과 명예교수로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일한 이 부위원장은 “친일은 당연하고 정상적. 반일이 비정상”이라거나 세월호 추모 행사에 대해 “이 사회의 천박함의 상징”이라고 한 과거 발언으로 지난 3월 부위원장 위촉 때에도 논란이 됐다.
정환보·최서은·김송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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