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참정권 보장한 지방선거, 혐오보도가 배제 키웠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지방선거 이주민 혐오보도 모니터링 결과 발표
정치인 혐오 발언, 언론이 여과 없이 전달…부정선거 음모론과도 엮어
'마약' '범죄'와 이주민 엮는 보도 관행 여전, '투자 대상' 한정 짓기도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지방선거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선거다. 함께 지역 공동체를 이루는 주민으로서 외국인도 지역 행정을 책임지는 대표자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시기 이주민 혐오보도가 양산되면서 오히려 이주민에 대한 배제를 강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주민 혐오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맞물리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지난 1일 6·3 지방선거 시기의 이주민 혐오 언론보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바람은 올해 초 '이주민 혐오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이번 지방선거 전후 언론보도에 비친 이주민 혐오 양상을 파악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플랫폼 '빅카인즈'를 활용해 지난 2월1일부터 6월5일까지 '외국인'과 '지방선거' 두 개의 키워드를 포함한 전국 종합일간지, 경제지, 지역일간지 등 국내 언론보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2월1일부터 5월20일까지 총 383건의 언론보도 중 이주민에 대한 차별·혐오로 판단된 기사는 45개였다. 반면 5월21일부터 6월5일까지 같은 키워드로 검색한 기사 434개 중 차별·혐오로 판단한 기사의 수는 6개였다. 이주민 혐오 담론이 선거운동 이전 의제 형성기부터 댓글 국적 표기제, 외국인 지방선거권 논란 등을 중심으로 집중 형성됐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에는 후보자 유세·공약·판세 보도가 증가하면서 이주민 혐오 보도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인 혐오 발언, 언론이 여과없이 전달…부정선거 음모론과도 엮어
지방선거를 앞둔 2월부터 정치인들의 이주민 혐오 발언이 시작됐고, 일부 언론은 이를 여과 없이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국인의 정치 댓글을 통한 조직적 여론 왜곡을 방지하겠다며 '외국인 정치댓글 제한법'을 공동 발의하면서 이주민 낙인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상호주의 원칙 없이 외국인에게 선거권을 퍼주는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역차별이자 '국민 혐오'”라며 이주민 선거권 부여 방식을 문제 삼았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의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 보육지원' 사업을 “외국인 투표권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바람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혐오정치의 전략으로 사용되는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이 일부 언론을 통해 그대로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데일리안 <“지방자치 본질 훼손 안돼”…김은혜, '외국인 원정투표 금지법' 발의>(2월3일), 헤럴드경제 <주진우 “불법체류 외국인 자녀 보육지원금? 투표권 때문”>(3월5일) 등이다. 바람은 “사회적 소수자를 낙인찍어 정치나 정책의 실패를 떠넘기고 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정책이 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이익을 볼 것처럼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이라며 “특히 이주민의 선거권 부정은 이주민 정책 입안의 통로를 없앴다는 점,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주민의 자격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이주민 혐오가 엮인 발언도 있었다. 가령 지난 6월 문성호 서울시의원은 거주 이력이 없는 외국인 명의의 지방선거 투표안내문 등이 무단 배송됐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이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바람은 “고발 사실 자체를 보도할 때도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민에 대한 낙인이 되지 않도록 정주민의 경우와 비교하거나 문 의원 주장과 다른 내용을 포함했다면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확산시키는 보도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해당 사안을 보도한 서울Pn 등에 대해 “문 의원이 외국인 유권자와 지역주민을 분리하는 용어를 그대로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혐중'으로 대표되는 이주민 혐오가 많았다. 바람은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세력으로 이주민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혐중 정서는 이전에 경제적 이익을 빼앗는 논리로서 이주민 혐오를 조장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며 “한국에서 살아가는 중국 동포나 중국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을 낙인 찍는 혐중 시위가 세력화된 상황에서 이주민 혐오보도의 악영향이 크다는 점은 더 문제적”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사태를 비롯한 부실한 선거관리로 혐중 시위 세력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마약' '범죄'와 이주민 엮는 보도 관행 여전, '투자 대상' 한정 짓기도
선거기간에도 이주민들을 범죄자이자 위험한 존재로 취급하는 보도는 여전했다. 주로 '마약', '범죄'라는 단어와 이주민을 연결시켜 보도하는 방식이다. 외국인을 단기적으로 지역에서 자본을 소비하고 떠나는 '관광객'이나 '투자 대상'으로만 한정 짓는 보도의 위험성도 지적됐다. 관련해 바람은 “이주민을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정주 주체가 아닌 지역 소멸의 위기를 방어하기 위해 임시로 수입하는 '도구적 자원'으로 전락시키는 타자화로 기능한다”며 “언론은 증가하는 이주민 유권자의 수치적 표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겪는 '정책적 소외와 언어 장벽' 등 구조적 모순을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아 구조적 배제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바람은 이러한 이주민 혐오보도에 대해 “이주민들의 사회적 약자성, 무권리 상태를 왜곡하는 것을 넘어서 정주민의 삶과 권리를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위협하는 존재이거나 특권층으로 보이게 한다”며 “특히 이주민의 참정권이 현재도 열악한 상황임에도 이를 개선하기보다는 억제하는 논리로 작동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다른 선거와 달리 이주민도 선거권이 보장된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논리는 지방선거나 지역정책에서 주민으로 살아가는 이주민에 대한 정책 수립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언론보도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이러한 보도에 힘입거나 활용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게 악순환을 만든다”고 했다.
끝으로 바람은 이주민 혐오보도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람은 “온 세계에 극우세력이 성장하고 이주민에 대한 낙인과 배제가 심해지는 시기에 이주민 혐오 현상에 대한 감시가 더 필요하다”며 “한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극우세력들이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주민 혐오 모니터링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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