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작 많은 JTBC…왜 유동성 위기에[유튜브 속 경향]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인 <경향TV>와 <스튜디오 경향>에서 다룬 영상 가운데 신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콘텐츠를 선정해 4주에 한 번씩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중앙그룹 산하 5개 계열사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미디어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한때 <이태원 클라쓰>와 <부부의 세계> 등 메가 히트작을 배출하며 아시아 최고의 미디어 그룹을 꿈꿨던 JTBC와 콘텐츠 제작사 SLL이 어쩌다 벼랑 끝에 서게 됐는지 그 내막을 알아봤습니다.
심각한 재무 건전성
중앙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JTBC는 지난달 12일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제때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습니다. 최근 JTBC는 <아는 형님> <냉장고를 부탁해>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에 출연료도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이미 그룹 전체로 번진 상태입니다. 1년 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9144억원에 달하며, 지주사인 중앙홀딩스조차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JTBC의 부채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2444%에 육박합니다. 이는 자본보다 빚이 24배나 많다는 의미로, 일반적인 언론사와 비교해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중앙일보의 신용등급을 디폴트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준인 CCC로 하향 조정하며 경고등을 켠 상태였습니다.
독이 된 ‘핑크빛 꿈’
중앙그룹은 홍석현 전임 회장의 장남인 홍정도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중앙홀딩스 중심으로 크게 세 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룹사의 모태인 중앙일보, 방송사업자인 JTBC, 그리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트리중앙으로 나뉩니다. 이 중 콘텐트리중앙이 유일한 상장회사로 메가박스(영화), SLL(드라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위기의 발단은 오너 3세인 홍 부회장의 공격적인 콘텐츠 확장 전략에서 비롯됐습니다. 2021년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K콘텐츠 시장이 정점에 달했을 때, 중앙그룹은 콘텐츠 제작사 SLL의 상장을 추진했죠. SLL은 사모펀드와 중국 텐센트 등으로부터 4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당시 재무적투자자들은 SLL의 기업가치를 1조원대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내놓은 조건에는 ‘2026년 3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원금에 이자를 더해 돌려준다’는 풋옵션 조항이 붙어 있었습니다. SLL은 몸집을 불리기 위해 <범죄도시> 제작사인 BA엔터테인먼트와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 윕(Wiip)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했으나, 이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 심화와 제작비 급등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2022년 말 <재벌집 막내아들>부터 2023년 말 <힘쎈여자 강남순> <웰컴투 삼달리> 등이 연달아 성공했지만 영업적자는 지속됩니다. 결국 상장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4000억원이 넘는 투자금 상환 요구는 시한폭탄이 된 것이죠. 그룹에서라도 지원을 해주면 좋았겠지만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재무 구조가 악화되는 와중에 저지른 전략적 실책도 뼈아픕니다. JTBC는 2019년 지상파 3사를 제치고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으로 따내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약 1900억원에 사들였지만, 이를 다른 방송사에 재판매하여 투자비를 회수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며 약 1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자금줄이 마른 상태에서 감행한 마지막 베팅이 치명적인 악재가 된 셈이죠.
콘텐츠는 죄가 없다
업계에선 중앙그룹 위기가 콘텐츠 경쟁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최근에도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과 <흑백요리사> 제작 등 SLL 산하 레이블의 성과는 눈부셨습니다. 결국 문제는 시장 고점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레버리지 투자와 장밋빛 전망에만 의존한 경영 판단에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광고 수입이 급감하고 제작비는 치솟는 혹한기 속에서 이번 JTBC 사태는 K콘텐츠 산업 전반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습니다.
지난달 30일 법원은 JTBC와 채권단의 자율구조조정 협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회생절차 개시 여부 판단을 일단 보류했습니다. ‘1조원의 꿈’을 좇던 대담한 투자가 과연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아니면 무모한 도박으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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