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을 구해라…홈플러스 ‘운명의 2주’
직접 고용 1만2000명에 납품업체 등 최대 10만명 종사자 ‘생계 위기’에

한때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에 이름을 올렸던 홈플러스가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0여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1년여 만에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홈플러스에 직접고용된 1만2000명, 납품업체 등 최대 10만명으로 추산되는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 문제가 절박해졌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홈플러스 측이 2주 안에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방안을 마련해 ‘즉시 항고’를 제기하지 못하면 법원의 결정이 확정돼 파산 절차에 돌입한다. 다만 법원은 ‘절차 재진행 가능성’도 언급했다. 자금 조달 후 즉시 항고하면 폐지 결정을 법원이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책임공방을 벌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3일 메리츠에 “2000억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간청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그러나 메리츠는 지원 규모를 1000억원으로 제한하고 김병주 MBK 회장의 보증 조건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회생의 열쇠는 메리츠가 쥐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까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계획을 추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알짜 사업부문인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그룹 계열 NS홈쇼핑에 분리 매각했지만 매각 대금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1206억원에 불과했다. 또 37개 매장 폐점 등 1조2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줄였다며 납품만 정상화되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끝내 홈플러스가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하지 못한다면 파산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법원이 홈플러스에 파산을 선고하면 자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현재 홈플러스 자가 점포 62개는 메리츠에 신탁 담보로 잡혀 있다. 신탁 담보는 파산재단의 일반적인 경매 절차에 포함되지 않고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메리츠는 2024년 홈플러스의 부동산과 유형자산을 신탁자산으로 받고, 홈플러스에 선순위 대출 1조3000억원을 내준 바 있다.
일각에서는 메리츠가 담보로 잡은 점포들을 차례로 처분하며 대출 원리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 MBK가 회생절차 개시 전 ‘알짜’ 홈플러스 동대문점을 매각한 뒤 현재 지상 49층 규모의 공동주택과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MBK와 메리츠의 극적 타협은 물론 공적자금 투입 등 정부가 직접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1만명이 넘는 홈플러스 직원이 대량 실직하고 지역경제가 무너질 경우 정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법원의 절차 폐지를 ‘사형선고’라며 “정부는 모든 긴급 조치를 통해 홈플러스 회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도 “MBK와 메리츠는 14일 내 2000억원을 즉시 투입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도 10만명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벼랑 끝에 몰린 홈플러스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앞으로 2주일 남았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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