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 마셔라” 20대에 스트레스 풀려고 마신 술…50대 되니 뇌가 ‘이렇게’ 변한다?

정은지 2026. 7. 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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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성인기 스트레스 음주가 중년 이후 인지 유연성 저하·재음주 위험 높여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신 술이 뇌에 오래 남는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젊을 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신 술이 중년이 되어 뇌에 치매 닮은 꼴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애머스트 생물학과 엘레나 바제이 교수팀은 초기 성인기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과음하면 장기간 금주한 뒤에도 뇌 기능 변화가 지속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알코올: 임상 및 실험 연구(Alcohol: Clinical and Experimental Research)》에 발표했다.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반복해서 마시면 뇌가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더 자주,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될 수 있다.

과도한 음주는 잘못된 판단과 그에 따른 문제를 일으켜 스트레스를 더욱 키울 수도 있다. 결국 스트레스와 음주가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지고, 뇌는 두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점차 변화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미국 국립알코올남용·알코올중독연구소(NIAAA)의 지원을 받아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과 유사한 신경회로를 가진 생쥐에게 초기 성인기에 만성 스트레스와 음주를 함께 경험하도록 한 뒤 장기간 금주 상태를 유지시켰으며, 중년에 접어든 이후 학습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 재음주 행동, 뇌 변화를 분석했다.

상황에 적응하고 판단 내리는 '인지 유연성' 크게 떨어져

그 결과, 스트레스와 알코올이 함께 작용했을 때 나타나는 영향은 각각 단독으로 작용했을 때보다 훨씬 컸다. 초기 성인기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과음했던 생쥐는 오랜 기간 완전히 금주한 뒤에도 중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술을 찾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스트레스와 알코올이 함께 뇌에 장기간 지속되는 변화를 일으키며, 음주를 중단한 이후에도 그 영향이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과거 스트레스 음주를 했던 중년 생쥐와 상대적으로 적게 마셨던 생쥐 사이에서 학습 능력에는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가장 큰 차이는 인지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 이었다. 인지 유연성은 상황이 바뀌었을 때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판단을 내리는 능력을 의미한다.

바제이 교수는 "이런 문제는 중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며 "알코올이 조기 인지기능 저하의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스트레스와 음주가 결합되면 초기 치매에서도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적응 능력 저하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의사결정 담당 뇌 부위에 지속적인 손상도 확인

연구진은 이러한 장기적 변화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뇌간(brainstem)에 있는 작은 부위인 청반(locus coeruleus, LC) 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 부위는 사람과 생쥐 모두에서 상황에 맞게 판단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뇌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LC가 활성화됐다가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다시 정상 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알코올과 만성 스트레스에 함께 노출된 생쥐에서는 LC가 스스로 활동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분자 메카니즘을 잃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해당 부위의 기능 이상이 계속 유지됐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능력도 떨어졌다.

연구진은 LC에서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 수준도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산화 스트레스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포 손상 형태로, 신체 여러 조직의 세포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오랜 기간 금주한 뒤에도 과거 과음을 했던 중년 생쥐의 뇌에서는 이러한 손상이 거의 회복되지 않았다.

바제이 교수는 "초기 성인기의 만성 스트레스와 음주 이력이 있으면 뇌는 회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산화 손상이 오랜 금주 이후에도 다시 술을 찾게 만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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