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장서 일해도 비자 제각각…“통합관리 속도내야”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2026. 7. 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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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 고용허가제] <3> 부처 칸막이에 뒤엉킨 제도
고용허가제·계절근로제로 쪼개져
통합지원 로드맵 ‘기약 없는 표류’
고용허가제는 3년이상 장기 전제
농번기 단기 수요 대응엔 부담 커
브로커 개입 등 관리 허점도 노출
이철승(왼쪽) 경남이주민센터 대표가 3일 사기 피해를 입은 파스키탄 국적 근로자들과 대응 방안을 의논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남이주민센터

충남 논산의 한 대형 딸기 농장에서는 1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발급받은 비자는 각기 다르다. 일부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E-9)를, 일부는 법무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계절근로제(E-8)를 통해 각각 들어왔기 때문이다. 경남 통영에서 연근해 어업과 굴 양식업을 함께 하는 한 수산 업체 또한 고용허가제(E-9) 인력과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는 선원취업(E-10) 인력을 따로 고용하고 있다. 금어기나 비수기에는 선원취업 외국인을 양식장에 투입하면 좋지만 현행 제도상 선원취업자가 양식장에서 일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어촌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사실상 하나의 인력풀처럼 활용되고 있지만 정부 관리 체계는 비자별로 쪼개져 있어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장기 인력은 고용허가제, 단기 인력은 계절근로제 등으로 나뉘어 사업주는 제도별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해당 인력 고용이 가능하다. 이 같은 부처별 칸막이가 현장의 인력난 대응을 어렵게 하고 관리 사각지대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범정부 차원의 ‘외국 인력 통합 지원 로드맵’은 당초 목표였던 올 6월 발표를 넘기며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노사와 관계 부처,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비자별로 흩어진 외국 인력 관리 방안을 논의해왔다. 올해 4월 경제장관회의에서도 추진 방향을 발표했지만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제·선원취업 등 비자별 제도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최종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로드맵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부처별 각기 다른 권한 및 제도 운영 방식 때문이다. 현재 법무부는 계절근로제 및 출입국·체류 관리, 노동부는 고용허가제, 해수부는 선원취업 관련 제도를 각각 맡고 있으며 다른 중앙 부처들도 각각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외국 인력 통합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인력 총량 산정과 배정, 송출 관리, 근로 조건 점검 권한 등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농어촌 분야에서는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제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계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농어촌에는 수확철 단기 인력과 상시 인력이 모두 필요하지만 고용허가제는 최소 3년 이상 장기 고용을 전제로 해 농번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반면 계절근로제는 농가가 필요한 시기에 인력을 빠르게 투입할 수 있어 단기 인력난을 메우는 제도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급증한 계절 인력 수요에 대한 관리가 지자체에만 맡겨져 있어 관리 체계의 빈틈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계절근로자 배정 규모는 2022년 1만 1000명에서 올해 11만 7000명으로 4년 새 10배 넘게 늘었다. 반면 상당수 지자체의 외국 인력 담당 공무원은 여전히 1~2명 수준에 그친다. 해외 지자체와의 협약, 입국 일정 조율, 농가 배정, 근로 조건 확인, 이탈 관리까지 지자체에서 도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8~10개월만 일손이 필요한 참외 농가에서 3년 이상 고용해야 하는 고용허가제를 쓰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빈틈은 브로커 개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강원 양구군의 한 농가에서 일했던 필리핀 국적 계절근로자 91명은 브로커 업체가 약 2년간 수수료 명목으로 편취한 12억여 원이 자신들의 임금이라며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계절근로자들은 자국 민간 브로커에게 많게는 1000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입국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외국인 근로자를 장기적인 노동시장 구성원으로 보기보다 단기적인 인력 공급 수단으로 인식해온 결과가 칸막이식 관리로 이어졌으며 외국인 인력 제도의 비효율 및 관련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필요한 업종과 시기마다 비자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 유입 경로는 늘었지만 통합 관리 체계는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체류·노동시장·복지·교육·지역소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연계 협력이 실종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이들을 유기적으로 조율할 상위 부처 기구 설립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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