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기도 양봉②-1] “기후위기가 바꾼 일과…아침저녁으로 말벌 1시간씩 잡아야”
경기도 수원시 광교산 근처에서 14년째 벌을 치고 있는 A씨는 올해 아카시아꿀 채밀량이 괜찮은 것은 봄철 기온이 일시적으로 높았던 덕택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봄이 생각보다 더웠던' 우연의 산물일 뿐, 생산 기반 자체가 안정화된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오히려 그는 "최근 5년 사이 진드기(응애)와 말벌 발생 빈도가 압도적으로 늘었다"며 "누가 봐도 기후 위기가 원인"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아열대성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의 북상은 양봉업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A씨는 "7월부터 10월까지는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 말벌 100여 마리를 직접 잡아 죽이는 게 일과가 됐다"고 전했다.

생산량 수치보다 더 큰 문제는 '생산 기반 자체의 불확실성'이다.
도내 광주시 남한산성면에서 양봉을 하는 B씨는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남부에서 북부로 한 달간 순차적으로 피던 아카시아꽃이 이제는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개화해 버린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전국을 돌며 꿀을 따는 이동 양봉 횟수는 과거 4~5번에서 2번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개화 기간 역시 2주 내외로 짧아졌고, 찔레꽃 등이 동시에 피면서 꿀의 품질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스마트 ICT 양봉에 대해서도 농가들은 냉소적이다.
B씨는 "단순 온습도 관리나 먹이 주기 정도만 가능한 지금의 기술로는 극단적이고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며 "벌마다 특성이 다른데 기계가 맞춤형 관리를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문제는 올해 꿀이 얼마나 생산됐느냐가 아니라,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더 이상 양봉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꿀벌의 실종이 인류 식량 안보의 붕괴로 직결되는 만큼, 단기적인 채밀량 성적표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계 복원을 아우르는 근본적인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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