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고 있다” 절규해도 외면한 정치인들…전 세계의 약속, 10년도 안 돼 ‘파국’으로 [지구, 뭐래?]
![산불.[게티이미지뱅크]](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6503nmdh.jpg)
약속은 약속일 뿐이었다
서로 간의 이익을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던 국가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뜻을 모았다.
각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의 생존과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약속. 바로 ‘파리협정’이다.
파리협정은 단순한 ‘환경 보호’ 협약이 아니었다. 기후위기를 인류 공동의 생존 문제로 인정한 첫 보편적 합의. 모두가 협력해야 할 전 지구적 위기가 닥쳤지만, 인류가 힘을 합치면 대응할 수 있다는 희망의 ‘선언’과 같은 의미를 지녔다.
![서울 한 거리에 인파가 몰려 있다.[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6768amfa.jpg)
실제가 그렇다. 따뜻해지는 바다는 국경을 넘어 흘러가고, 폭염은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더위를 퍼붓는다. 날씨의 흐름 아래에서는 인류가 정의한 그 어떤 분류도 힘을 가지지 못한다.
특히 파리협정이 세운 ‘1.5도’라는 숫자의 무게감은 적지 않았다. 단순한 과학의 숫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름 모를 어느 생명이 폭염 속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게 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폭풍에 휘말려 가족을 잃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해수면 상승으로 터전을 잃는 사람들을 두고 보지 않기 위해, 우리 인류가 설정한 마지막 ‘경계선’과 같았다.
하지만 파리협정 이후 10년이 채 되지 않아, 지구의 연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으로 넘어섰다. 이를 두고 협약이 실패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가 희미해진 상황은 분명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폭염이 몰아치는 가운데 시민들이 양산을 쓴 채 에펠탑 앞에 모여 있다. [EPA]](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7037noah.jpg)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2024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평균보다 1.55도 높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유럽연합의 기후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역시 2024년을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보고, 산업화 이전보다 1.6도가량 기온이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인 2025년의 경우 산업화 이전에 비해 1.47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평균을 계산하면, 역시 1.5도를 넘어섰다. 올해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봄철부터 세계 곳곳에서 이상 고온으로 인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식적으로 파리협정의 목표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파리협정 당시 세운 1.5도의 목표는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온난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2024년 한 해에서 1.5도를 넘었다고 해서, 장기 목표가 과학적으로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20일 프랑스 파리 생마르탱 운하 인근에서 시민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AFP]](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7340lrmb.png)
하지만 1.5도 경계선이 유지된다는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실패라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그 가능성은 높은 수준. 중요한 것은 파리협정 준수를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미국’이다. 미국은 경제 대국의 이름에 걸맞게,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나라다. 카본 브리프 분석에 따르면 1840년 이후 미국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420억톤으로 세계 1위. 중국(3360억톤)과 비교해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파리협정이 발효된 지 채 5년도 되지 않아 ‘공식 탈퇴’를 결정했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세계 1위 경제 대국의 수장으로 올라선 결과였다. 이후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재가입했지만, 이후 다시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탈퇴 절차를 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담을 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UPI]](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7686yxek.jpg)
미국의 협정 이탈은, 파리협약의 취약함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였다. 강제성이 없는 ‘느슨한 약속’이었더 만큼, 일부 국가의 변심으로 협약 전체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것. 특히 그 주인공이 강대국일 경우, 이를 제재할 어떠한 수단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파리협정이 체결될 때도 계속해서 지적된 문제였다. 파리협정 이전, 교통의정서가 주로 선진국의 감축 의무를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파리협정은 모든 나라의 ‘공동 과제’로서 의미를 가졌다.
특히 5년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받아 보고, 제출할 때마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기로 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함으로써 실천 동력을 만들어내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감시자로서의 힘은 개별 국가에 따라 천차만별로 차이가 벌어졌다.

심지어 파리협정은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 나라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선진국들은 지난 2024년 유엔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9)에서 2035년까지 연간 3000억달러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대응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탈은 이같은 재정 약속의 신뢰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파리협정은 처벌이 아닌 상호 신뢰와 정치적 압박에 기대는 체계다. 그런데 가장 큰 책임국이 빠질 경우 그 외 나라들 또한 목표 상향을 미룰 명분을 얻을 수밖에 없다. 국가 내에서도 “미국도 안 하는데 우리가 왜 해야 해”라는 반대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2015년 국제 사회가 처음 일궈낸 전 세계의 약속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1차 목표로 정했던 1.5도 달성은 ‘실패’에 가까워졌다. 심지어 약속에도 강력한 균열이 발생하며, 국제 협력 체계가 효과적으로 유지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고 있다.
![등교하는 학생들.[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8249vvfn.jpg)
더 큰 문제는 국제 사회가 협력 체계를 이어온 지난 10년 동안, 기후변화는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피해자를 양성해 왔다는 것이다.
WMO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1년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11년이었다고 밝혔다. 파리에서 약속이 만들어진 바로 그 10년이, 동시에 인류가 경험한 가장 뜨거운 10년이 된 셈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끊임없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WMO의 2025년 온실가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지구 평균 CO₂ 농도는 423.9ppm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증가폭은 현대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다.
![발전소.[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8518mqnu.jpg)
가장 큰 원인인 화석연료 배출도 줄지 않는다. 가장 최근 공개된 글로벌카본 프로젝트의 ‘글로벌 탄소예산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81억톤으로 전년보다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기후변화의 핵심 원인조차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는 것.
2026~2030년 전망은 더 냉정하다. 앞으로 5년 중 적어도 한 해가 1.5도를 넘을 확률은 91%. 2026~2030년 5년 평균이 1.5도를 넘을 확률도 75% 수준이다. 그 기간 중 한 해가 2024년보다 더 더운 새 기록을 세울 확률은 86% 수준. 일시적인 1.5도 초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위가 끝이 아니다. 지구의 열 대부분을 흡수하며, 기후변화 완충 역할을 하는 바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WMO는 지난 20년 동안 바다가 매년 인류 연간 에너지 사용량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열을 흡수해 왔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인 해안가.[그린피스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8791dqcf.jpg)
바다가 더 많은 열을 품을수록 해양 생태계는 무너지고, 태풍과 폭우 등 기상이변은 더 빈번해지며, 해수면 상승은 더 빨라진다.
이미 피해자의 숫자도 적지 않다. 2025년 란셋 카운트다운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온난화 효과를 억제하지 못한 결과, 열 관련 사망률이 1990년대 이후 23% 증가해 연평균 54만6000명이 폭염으로 숨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상 기후로 인한 산불, 가뭄, 폭우 등으로 인한 피해자는 쉽사리 추산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 IPCC는 이미 33억~36억 명이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환경에 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폭염, 가뭄, 홍수, 식량 불안, 물 부족, 감염병 확산의 위험 안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가뭄으로 땅이 갈라져 있다.[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9097osxo.jpg)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을 ‘절망’으로 끝낼 수는 없다. 기후위기의 현실을 직시하는 게 아니라, 남은 가능성마저 포기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피해가 시작됐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앞으로 줄일 수 있는 피해도 적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1.5도 목표가 흔들렸다고 해서 앞으로 닥칠 1.6도 상승, 1.7도 상승, 2도 상승 등을 모두 같은 미래로 취급할 수는 없다. 기온 상승이 0.1도 낮아질 때마다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의 수가 줄고, 물 부족을 겪는 지역이 줄며, 사라지는 생태계와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는 극적으로 달라진다.
긍정적인 흐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발표한 ‘배출 격차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현재 수준 국가감축 정책이 이어질 경우 2100년 온난화 전망을 2.8도로 전망했다.
아울러 각국이 제출한 국가감축목표가 모두 이행될 경우 2.3~2.5도로 제시했다. 파리협정 당시 2100년까지 3도 이상 상승하는 온난화 경로가 예측된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준이다.
![22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분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로이터]](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9385rdut.jpg)
화석 연료 축소에도 희망이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5년 전 세계 에너지 투자액이 3조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 원전, 전력망, 효율 개선 등 청정에너지 분야로 향하는 돈은 약 2조2000억달러로 화석연료 투자액(1조1000억달러)의 두 배 규모로 예상된다. 자본의 흐름 또한 ‘친환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도 10년 전과는 다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약 4600GW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9~2024년 증가분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 이 밖에도 전기차 확대 등 산업이 주도하는 친환경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22일 프랑스 툴루즈 가론강 인근 건물 지지대의 온도가 휴대전화 온도계에 표시되고 있다.[AFP]](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ned/20260705174209687zlti.jpg)
그러나 이 숫자들은 승리의 증거가 아니라 가능성의 증거다. 그리고 이 정도 변화로 충분하다고 볼 수도 없다. UNEP는 각국의 NDC가 모두 이행돼도 2035년 전 세계 배출량은 2019년보다 약 15% 줄어드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1.5도 다음, 현실적인 목표인 2도 상승 제한에 맞추려면 약 35% 감축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지금의 속도로는 부족한 얘기. 기후변화의 흐름이 더 강력해지는 만큼, 더 높은 수준의 기후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의 열쇠를 쥔 선진국들에 더 강한 탄소 감축 목표 설정 등 실질적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2025년 12월 파리협정 10주년에 맞춰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파리 협정은 세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면서도 “여전히 1.5도 목표 달성에서 위험할 정도로 뒤처져 있으며, 화석 연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더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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