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사태를 바라본 10대들 “낙인으론 해결안돼, 교육으로 풀어야”

지난 3일 찾아간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축구를 했지만 교문 앞에는 방송사 카메라가 자리를 지켰고 차량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교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하교하던 학생들은 전날까지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던 자리를 흘끗 바라본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화환은 치워졌지만 학교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의 5·18 민주화운동 조롱 논란은 학교를 넘어 정치권과 온라인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학교 앞에 근조화환과 응원 화환이 잇따라 놓이는 등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 앞에서 만난 10대 청소년들은 “잘못은 분명하지만 낙인이 아닌 교육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학교 앞엔 논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근조화환이 놓였던 자리엔 안전띠가 둘러쳐졌고 바닥에는 ‘불법 적치물 정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학교는 학생 보호를 위해 사복 착용을 허용했고, 학생들은 사복 차림으로 카메라를 피해 발걸음을 옮겼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모른다”, “학교에서 인터뷰하지 말라고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학교 앞을 지나던 주민들은 “여기가 그 학교”라며 학교를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은 뒤 자리를 떠났다.
배재고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학교를 향한 낙인을 우려했다.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박시은양(16)은 “학원에서 배재고 학생을 놀리거나 왕따시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묵묵히 참고 있는 모습이 속상해 보였다”고 말했다. 한모군(15)은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배재고는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학교 앞에 근조화환이 놓인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선수들의 잘못은 분명하지만 학교 전체에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강모군(14)은 “징계를 받는 건 맞는 것 같다”면서도 “굳이 화환까지 보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모군(16)은 “잘못했으니 혼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린 학생들도 있었을 수 있는데 모두를 똑같이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근조화환은 다른 학생들에게도 굉장히 불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역사와 혐오 표현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양(13)은 “(선수들이) 조롱의 의미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그것이 웃음거리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양(13)은 “유가족이나 당사자의 아픔을 생각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역사에 대한 교육이 더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순한 교육만으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황재민군(16)은 “스타벅스 논란 전부터 이런 표현이 학생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쓰였고 선생님들도 거의 포기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며 “일회성 강의나 교육을 한다고 해서 듣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나 정치에 관심이 없는 친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잘못된 인식을 접하기도 한다”며 “10대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의식을 익힐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일부 야구부 선수들은 광주제일고등학교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지난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선수들에 대해 6개월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임주영 기자 z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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