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라고요?···정치권이 키우는 배재고 사태

최서은 기자 2026. 7.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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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고와 청룡기 야구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지역 비하 및 5·18민주화운동 폄하 의미로 구호를 외쳐 공분을 산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1일 근조화환이 놓여 있는 가운데 한 배재고 학생이 화환을 쳐다보며 지나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조롱 논란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혐오표현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히 ‘표현의 자유’ 문제로 치환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으면서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사회적 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5일 이번 사안의 핵심은 역사적 상처와 특정 지역 등을 조롱하는 혐오표현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은 배재고 사태와 관련해 최근 SNS에서 “5·18이 성역이 됐다”, “북한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다. 이는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 중에 하나”라며 “표현의 자유는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생각을 처벌의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애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 역시 지난 1일 유튜브 방송에서 “(배재고 응원 구호는) ‘스타벅스 가자’, ‘커피 마시러 가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라며 “이걸 교육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조치하겠다는 건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를 뜻하지 않는다.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타인의 명예와 권리, 공공복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도 혐오표현에 대해 “민주주의의 장에서 허용되는 한계를 넘는 것으로 민주주의 의사 형성의 보호를 위해서도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소수자 집단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민주주의 장에서 허용되는 한계를 넘는 경우 금지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직접 겨냥한 피해자가 있다는 점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보다 엄중하게 다뤄져야 할 혐오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일 광주일고를 대상으로 한 폭발물 협박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광주 출신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씨는 SNS에서 “이 부위원장의 말은 혐오를 널리 권하고 추천하는 말”이라며 “공직자와 정치인의 이런 글과 말들이 지역혐오를 잉태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혐오표현의 위험성과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본질적인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고 설령 법적으로 허용된다고 해도 정치적으로나 사회·윤리적으로 모두 허용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공직자들은 무엇이 더 공익에 부합하는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를 부정하고 혐오하는 세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사회로 통합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학교와 스포츠 경기장이라는 공간의 특수성과도 맞닿아 있다. 스포츠 영역은 공연성과 전파력이 크고, 경기의 공정성과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엄격한 행동 규범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학교 역시 다양한 학생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학생들의 차별 없는 교육환경과 인격권·평등권·학습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스포츠 경기 중 상대를 직접 표적으로 삼은 혐오 발언은 굉장히 중대한 문제이며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며 “최소한 여기서만큼은 혐오표현을 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며, 학교와 스포츠 영역에선 보다 엄격한 규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만 앞세우면 정작 이 발언이 왜 문제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이 생략될 위험이 있다”며 “혐오표현이 왜 나쁘고 문제가 되는지, 어떤 위험성이 있고, 앞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는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유럽 스포츠계에선 인종차별 구호나 나치 찬양 등이 확인될 경우 출전 금지나 벌금, 경기장 추방과 영구 출입 금지 등이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 선수의 인종차별 등 혐오표현 행위에 대해서도 미국과 영국 등에서 출장 정지나 자격 박탈 등 강한 제재가 내려진 사례가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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