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이주배경아동 위한 특별한 한글 교실
한국어 발음·쓰기·읽기 등 어려움 겪는 아이들 “한글 맞출 때 가장 재밌어”

“꿈을 꿔요, 꼭꼭 숨어요, 꽈르릉, 깜짝이야.”
지난 3일 오후 5시 전주 낙수지역아동센터의 한 교실. 태블릿 화면에 ‘ㄲ’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나오자 아이가 선생님의 발음을 따라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까치’, ‘꿈을 꿔요’, ‘꼭꼭 숨어요’ 같은 단어를 반복해 말하고, 맞는 자음과 모음을 찾아 화면에 넣는 학습이 이어졌다. 틀린 발음은 선생님이 다시 들려줬고, 아이는 입 모양을 고쳐가며 천천히 따라 했다.
이날 수업은 초록우산이 진행하는 ‘다함께 초록빛 한글(널 응원 한글)’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이주배경아동 가운데 한국어 발음과 쓰기, 읽기 등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학교생활과 학습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초 한글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수업은 매주 금요일 전주 낙수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된다.
센터에는 이주배경아동 12명이 있다. 이 가운데 받침 발음이나 쌍자음 발음, 쓰기 등에 어려움을 겪는 5명의 아이들이 ‘널 응원 한글’ 수업을 받고 있다. 이날도 아이들은 ‘ㅉ’, ‘ㅊ’, ‘ㅃ’, ‘ㄸ’, ‘ㅆ’ 등 발음하기 어려운 자음과 ‘빨강’, ‘떡꼬치’, ‘땅콩’ 같은 단어를 듣고 따라 하며 발음 차이를 익혔다.
수업은 여러 명이 함께 듣는 방식이 아니라 한 명씩 차례로 참여하는 1대 1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이마다 학습 수준이 다른 만큼 먼저 진단을 거쳐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한 명당 10~15분가량 발음·쓰기·듣기·단어 맞추기 등을 반복한다.

수업에 참여한 박예성(9) 군은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니까 재미있다”며 “타자를 치면서 한글을 맞출 때가 제일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 아빠에게는 ‘감사합니다’, 친구들에게는 ‘재밌게 놀아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한글이 어려운 친구들도 한국에 오래 살면 발음도 점점 좋아지고 공부도 잘하게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임선아(46·여) 교사는 반복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교사는 “이주배경아동들은 한국어를 잘하고 싶어 하지만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접하는 환경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특히 받침 발음을 어려워해 계속 듣고 말하고 따라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위축돼 있던 아이들도 프로그램을 기다릴 만큼 수업을 좋아하고, 조금씩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일주일에 한 번 수업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가정에서도 복습이 함께 이뤄지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록우산은 아이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향후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양육 코칭도 진행할 계획이다. 가정에서도 아이와 함께 한글을 익히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초록우산 관계자는 “한글을 읽고 쓰는 일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공부를 넘어 학교와 친구, 사회와 이어지는 첫걸음”이라며 “이주배경아동들이 더 자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새로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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