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는 어렵다고? 말 거는 글도 있어요."
사랑 애는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참을 인은 인사하는 사람…포스터의 한글 '웃'은 남북 화합을 표현
실력보다 시력이 중요 작품속 낙관 의미 찾다보면 한여름 무더위 잊고 글씨가 거는 말을 들을 수 있어

"서예는 어렵다고 합니다. 제 전시회는 서예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기회가 될 겁니다."
6일 커먼즈필드대전(옛 충남도의회 건물) 복도갤러리에서 막 올리는 지원 박양준 서예가의 '글씨가 말을 걸다' 작품전은 서예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유쾌한 전시회다.
커먼즈필드대전 초대전인 이번 전시회에서 박양준 선생은 최근 10여년 동안 작업한 대표작 56점을 선보였다.

박 선생은 천진난만한 웃음이 안 어울리는 꽤 넉넉한 풍채를 자랑 하는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좋은 글과 내용에 더해 이런 그의 이질감을 찾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이 즐거움을 느끼는 팁은 '실력보다 시력'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하지만 흰 건 종이고 검은 건 먹일 뿐인데 글씨를 갈겨 쓴 작품이 한 둘이 아니니 어렵다고 손사래 칠게 뻔하다.

(그에게 작품 설명과 시력으로 찾는 기쁨을 콕 집어 달라고 부탁해 들은 얘기를 전한다)
"요건 인생입니다. 먼저 와인잔(생)에 주황색(인)이 보이잖아요? 누군가 내가 빠진 빈 잔에 와인(사랑)을 채워 준다면 행복할 것 같아서 쓴 건지, 그린 건지…" (하하하)
이 작품은 뒷얘기가 있다. 그는 귀한 옛 한지를 얻고는 몇날 며칠 동안 무엇을 어떻게 담을까 생각하다가 정성이 붓에 과하게 들어가 그만 잔이 비뚤어졌단다. "인생이 생각대로 되간디요?"
'항아리'는 그가 동시를 짓고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항아리는 서너번 휘리릭 붓을 움직여 그린 듯한데 정말 필력으로 그리는 문인화급이다. '배부른 항아리/덩치는 한아름 속은 텅 비었어요'

'대전부르스'는 50년대 유행가 가사를 썼다. 그는 '아 부슬비에 젖어우는 목포행 완행열차' 대목을 짚으며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많은데 가사와 느낌이 다 달랐다. 1956년 안정애 가수의 원곡을 들으면 늦은 밤 내리는 부슬비에 축축하게 젖은 열차가 플랫폼에서 출발에 앞서 기적을 울리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전시회 표지모델이 된 작품 '웃'은 태극문양을 풀어 이남과 이북이 사이좋게 어깨동무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그가 시력으로 찾는 깨알 즐거움을 총정리했다. 끼침(파책)을 우상향한 것은 글씨체는 예서인데 전서도 같이 쓰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사람 형상으로 표현한 글씨는 작품마다 머리 방향이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보기를 권했다.
이어 그는 작품에 낙관, 특히 여백에 찍는 유인을 눈여겨 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고 보니 같은 모양 유인이지만 작품마다 파란색, 빨간색 등 색깔이 다르거나 좌우 모양이 바뀐 경우도 있다.
"왜 다를까요? 자세히 보면 무더위를 잊고 글씨가 말을 거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전시회는 18일까지 매일 밤 9시까지 문 연다. 일, 공휴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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