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원의 '코끼리 학대' 논란에...시민단체 "로봇 코끼리 써라"

국제 동물보호 시민단체가 인도 사원에 로봇 코끼리를 기증했다. 힌두교인 인도에서 코끼리는 지혜와 힘, 번영, 행운, 왕권 등을 상징하는 신성한 동물이다. 이에 따라 인도 사원에서는 코끼리를 기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관광용에 불과하다"는 동물 학대 논란도 크다는 점이다. 시민단체가 살아있는 코끼리를 로봇 코끼리로 대체하자고 나선 것이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국제 동물보호 시민단체 페타(PETA)는 최근 로봇 코끼리 40대를 인도 사원에 기부했다. 쇼핑물이나 공원 축제용 로봇을 만들던 기계공학도 출신 예술가 프라산스 프라카샨이 제작자다. 그가 2023년 두바이 축제에서 선보인 로봇 코끼리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페타의 의뢰를 받았다. 대당 가격은 6,000달러(약 918만 원) 정도다. 귀와 꼬리를 흔들며 코로 물을 뿜을 수 있지만, 걷는 기능은 아직 개발 중이다.

페타는 로봇 코끼리가 동물 학대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봇 코끼리를 도입한 이린자다필리스리 크리슈나 사원의 주지승 라지쿠마르 남부티리는 “코끼리들은 콘크리트, 무더위, 소음에 둘러싸여 고문당하고 학대받는다”며 “인도 탄트라 경전은 살아있는 코끼리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봇을 들인 다른 사원 관계자도 “코끼리가 인간을 공격할 두려움을 덜었다”며 “신도와 아이들이 한층 안전하게 종교 의식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힌두교 전통주의자들은 살아있는 코끼리 자체가 종교 의식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25년간 코끼리를 키워 축제에 대여해 온 마헤시는 "코끼리를 신성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애초에 사원에 코끼리를 둘 이유가 없다"며 "로봇은 그 신성함을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대 논란을 두고는 “적절히 보살피면 코끼리는 가족과 같다”고 강조했다.
로봇 코끼리가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야생동물학자이자 코끼리 전문가인 P.S 에이사는 “코끼리 행사는 영성이나 전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종교 관광일 뿐”이라며 “수백 년 된 전통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로봇 코끼리가 걷기 시작한다면 또 모를 일”이라고 했다. 인도 전역에는 약 2,500마리의 코끼리가 사육되고 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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