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처벌만으론 안전 확보 안돼…근로자 노력도 수반돼야”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업체 규모·현장 고려해 규제 적용돼야
“적정공기·공사비 확보해야 안전문화 정착”

[대담=성연진 헤럴드경제 건설부동산 부장, 정리=서정은 기자] “안전이 중요하다는 건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면 휴대전화를 보면서 일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어요. 사고날까봐 늘 조마조마해요. 크레인, 철근, 굴삭기 등 위험한 것들이 가득하잖아요. 현실이 이러한 데 경영자에게만 책임을 묻는다고 사고가 줄까요”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지난달 29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건설업계의 화두는 단연 ‘안전’이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안전 최우선 기조가 확산하면서 건설사들은 관련 인력을 늘리고 현장 점검을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중대재해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윤 회장은 “중처법 시행 이후 사고가 일부 줄었다고 하지만, 공사 현장 자체가 30% 이상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사고가) 늘어난 셈”이라며 “근로자 스스로가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협회가 작업 중 휴대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제작하는 등 근로자 인식전환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 회장은 “사업주가 져야 할 책임은 분명히 하되,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하나라도 줄여보자는 절박한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사고 발생 시 처벌 강화 중심의 입법 논의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더해 국회에는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이 발의돼있다.
윤 회장은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문건설업체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대기업 수준의 안전 전담조직을 갖추기도 어려울뿐더러 높은 수위의 과징금을 받게 되면 회사는 그대로 고꾸라진다”며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오히려 안전관리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각 사가 스스로 안전관리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안전시설 투자, 안전관리 인력 확보, 위험성평가,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회장은 “현장에서는 여러 안전 관련 법령이 동시에 적용되고, 위험방지계획서와 안전관리계획서처럼 유사한 서류를 반복적으로 작성·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안전관리자가 실제 현장 안전관리보다 행정업무에 많은 시간을 쓰는 모습마저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안전 제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정공사비와 적정공기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 회장이 12·13대 회장을 역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이 대목이다. 원청과 하도급, 근로자와 사업주 간 ‘상생협력’이 자리 잡지 못하면 안전은 뒤로 밀려나기에 십상이다.
진전도 있었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5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 종합건설 시공능력평가 상위 20개사와 체결한 ‘건설산업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했다. ▷하도급대금 적기 지급 ▷지급 안정성 강화 ▷ 유보금 관행 개선 ▷원자재 가격 상승 시 공사비 조정 확대 ▷부당특약 근절 등이 주요 실천과제다. 협회는 오는 7월 중 50위권 건설사까지 협약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 회장은 “이러한 상생협력을 통해 전문건설업계는 대금 회수 안정성을 제고하고, 불공정 계약관행을 줄일 수 있다”며 “종합건설사 입장에서도 협력업체의 경영안정과 분쟁감소, 공사 품질과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청사와 하도급사간 불공정한 관행을 뿌리뽑기를 위한 노력도 있었다. 윤 회장은 전문 건설업계의 숙원이던 ‘부당 특약 무효화’ 제도 도입을 위해 국회,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제도 개선 노력을 이어왔다. 2025년 국회 문턱을 넘으며 원청의 ‘갑질’ 행태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윤 회장은 “과거에는 현장 여건 변경이나 설계변경, 물가상승, 안전관리 책임 등을 원청사가 하도급업체에 과도하게 부담시키는 사례가 있었다”며 “부당특약 무효화 제도 시행 이후 계약 단계에서부터 보다 신중하게 조건을 검토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2월에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화’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모든 현장에 보증 가입이 이뤄져 건설현장의 대금 미지급 리스크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윤 회장은 “향후 지급보증 의무화가 시행되면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 중소 전문건설업체의 대금 회수 안정성과 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가 지방계약제도를 개편해 적격심사 대상 공사의 낙찰하한율을 상향 조정한 점도 적정공사비 확보에 최소한의 숨통을 틔울 것으로 예상했다. ‘발주자 제공 자재의 성질로 인한 하자 면책’, ‘구조내력 여부에 따른 책임기간 명확화’ 등을 골자로 한 하자담보책임 제도 개선을 꾀한 것도 임기 내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윤 회장은 “중요한 것은 적정공사비가 하도급 단계까지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하도급대금 연동제 활성화, 부당특약 근절, 부당한 공사비 삭감 방지, 설계변경·물가변동 반영절차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정공사비가 보장되어야 필요한 인력과 자재, 안전시설에 제대로 투자할 수 있고, 공사의 품질과 근로자·국민의 안전까지도 함께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현안으로는 올해 말 일몰을 앞둔 ‘전문건설 보호구간 확대·연장(건설산업기본법)’을 꼽았다. 현재 전문건설보호구간이 설정돼 4억3000만원 미만 전문공사는 종합건설업체가 수주할 수 없도록 제한돼있다. 전문건설업계가 보호기간 연장과 보호구간 확대를 요구하자, 종합건설업계는 이에 반대하며 맞서고 있다.
윤 회장은 “전문건설업과 종합건설업의 경쟁 여건은 대등하지 않다”며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에 참여하려면 여러 업종 보유, 등록기준, 실적 요건 등 현실적인 진입장벽을 넘어야하는만큼 일정 규모 이하의 소규모 전문공사에 대해서는 전문시공 원칙을 명확히 하고, 보호구간을 연장·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자 고령화와 내국인 인력 부족 해소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청년층 유입 확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기능 중심의 외국인력 도입도 협회가 주력하는 부분이다.
윤 회장은 “청년들이 건설업을 미래의 유망한 직업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스마트 건설기술이 확대되는 만큼, 기능인력도 디지털 기술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을 중심으로,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건설업 맞춤형 외국인 숙련인력 제도 개선과 합법적 취업·체류 기반 마련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두번째 임기 절반을 지낸 윤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건설현장’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국민들을 위해 좋은 품질을 갖추면서도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 것”이라며 “회원사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계속 듣고, 그 목소리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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