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이재근 글로벌사업부문장,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사진=KB금융그룹, 우리은행]
KB금융그룹의 차기 사령탑을 정하는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는 가운데 그룹 핵심 부문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대형 시중은행장 출신 외부 인사와 익명 후보까지 포함되면서 치열한 6파전 구도가 만들어졌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3일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6명을 확정했다.
내부 후보는 양종희 회장,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사업부문장, 이창권 KB금융 미래전략부문장, 이환주 국민은행장 등 4명이다. 외부 후보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익명을 요청한 후보 1명이 포함됐다. 회추위는 다음 달 27일 후보군을 3명으로 좁힌 뒤 오는 9월 11일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은 양 회장이다.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조8430억원을 기록하며 ‘5조 클럽’에 안착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어난 1조8924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주주환원 성과도 강점으로 꼽힌다. KB금융은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을 52.4%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이 실적과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안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내부 경쟁도 만만치 않다. 후보군에 그룹 핵심 사업을 맡아온 인사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우선 이재근 부문장은 대표적인 '은행 영업통'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에서 재무기획부장, 경영기획그룹 상무·전무,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쳤고 2022년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지난해 1월 지주 부문장으로 이동한 뒤에는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며 해외 부문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창권 부문장은 전략과 디지털 분야에 강점이 있는 후보로 평가된다. KB국민카드 대표를 지낸 뒤 지주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 신사업 등 미래 성장 사업을 맡아왔다. 금융권 경쟁의 무게중심이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감이 작지 않다는 평가다.
이환주 국민은행장도 주목받는 후보다. 이 행장은 KB라이프생명 대표를 거쳐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비은행 계열사 대표가 핵심 계열사인 은행장으로 이동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보험과 은행을 모두 경험한 만큼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부 후보 가운데 이름을 공개한 인물은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다. 권 전 행장은 2020년부터 2022년 3월까지 우리은행장을 지냈다. 우리PE자산운용과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에서도 근무했다. 은행과 자산운용, 조직 전략을 두루 경험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변수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이다. 구체적인 발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종 후보 선정 전에 개선안이 나오면 후보 검증 기준과 이사회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직 회장이 실적과 조직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구도인 것은 맞다"면서도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이 어떤 내용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평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