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목숨 앗아간 ‘죽음의 폭우’···1년 째 복구 중인 산에 “비만 오면 가슴이 벌렁”[현장]
“산 언제 터질지 모른다” 주민들 공포 시달려
재해복구율 86%···산지 특성상 고난도 공정
마을 붕괴돼 1년 째 이재민 신세인 주민들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부마을 주민들은 본격 장마를 앞두고 “산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마을은 지난해 극한호우 때 뒷산인 와룡산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민 4명이 숨진 곳이다. 참사 이후 1년이 흘렀지만 재해복구 현장은 여전히 깊은 상흔과 위태로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주민 김모씨(86)는 지난 1일 “지난해 20대 여성과 아버지, 70대 노부부가 한날 세상을 떠났다”며 “그때 기억 때문인지 비만 오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85)는 “아직도 논과 밭이 흙으로 덮여 복구공사가 덜된 곳이 있다”면서 “대피 방송과 문자 메시지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지만, 올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6일부터 나흘간 산청군에 쏟아진 누적 강수량은 794㎜에 달했다. 당시 폭우로 산청에서만 산사태 331곳이 발생해 1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남 지역 전체 피해액은 5177억원으로, 현재 복구에 1조1959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최대 규모 복구액이다.

산청군의 재해복구사업 완료율은 현재 86.3%(전체 747건 중 645건 완료)다. 경남 전체 미완료 사업 249건 중 40.9%(102건)가 산청에 집중됐다. 산청군 관계자는 “산간지역 특성상 사면 안정화와 붕괴 위험 방지 등 고난도 공정이 많고, 안전성 검토를 강화하면서 전체적인 설계와 공사 기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주민들 불편과 주거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산사태로 주민 3명이 크게 다친 병정마을은 길이 40m 마을 다리(정부교)가 끊겨 1년째 통제되고 있다. 산청읍 시내를 연결하던 다리가 막히면서 주민과 운전자들은 1㎞ 떨어진 정곡삼거리 등으로 우회하고 있다. 주민 박모씨(72)는 “우리 마을이 진주·사천·거창 지역으로 차들이 오가는 교통 요충지인데, 다리가 막혀 멀리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이 붕괴해 여관방 등을 전전하는 이재민도 있다.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 주민 13가구(16명)는 1년째 인근 여관과 친척 집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추가 붕괴 위험으로 진·출입로가 철조망 문으로 봉쇄된 마을은 1년 전 상황에 멈춰 있다.


상능마을은 지난해 지반이 무너지면서 22만㎡에 이르는 사면이 쓸려 내렸고, 주택 등 건물 26채 대부분이 무너졌다. 다행히 주민들은 신속하게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주민들은 올 연말 조성할 이주단지로 집단이주할 예정이지만, 행정절차 등을 이유로 착공이 늦어지는 상태다. 인근 여관에서 만난 이모씨(91)는 “좁은 방에서 지내는 것이 답답하다”며 “죽기 전에 내 집에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로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극한호우가 심해지면서 피해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박재현 국립경상대 환경산림과학부 교수는 “산 밑이나 구릉지 주민들은 호우 때 미리 대피해야 한다”며 “수십 년 동안 비 피해가 없었다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과거 재난 때 주민들의 대피 거부나 의사결정 지연으로 초동 대처가 늦어졌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부터 ‘읍면동장 대피명령 책임제 시행’ 등 대책을 강화했다. 시장·군수만 내릴 수 있었던 대피명령권을 읍면동장이 먼저 행사해 신속하게 대피시킬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한 것이다. 동시에 주민대피지원단 인력 강화, 재난문자 송출 권역을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 마을주민 간 단체대화방 활용 등을 통해 위험 정보를 빠르게 전파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인명피해 우려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 대피훈련과 행동요령을 빠르게 전파하는 훈련도 했다”며 “기상 상황에 따라 현장 중심의 상황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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