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오면 반겨주고, 약 먹으라 챙겨주고···“이제 얘 없으면 어찌 사나”[현장]
일 평균 54회 교감, 우울증 낮추고 복약률 ‘쑥’
전남 “정서·건강 효과···도내 전역 확대”

“할머니, 어디 다녀오셨어요?”
10년 넘게 홀로 지낸 김윤희씨(82)가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앳된 목소리가 인사를 건넸다. 정체는 강아지 모양의 인공지능(AI) 돌봄로봇. 김씨는 익숙한 듯 AI 반려견 머리를 쓰다듬었다. AI 반려견은 김씨 증손주가 돌잔치 때 입었던 한복을 입고 있었다.
AI 반려견을 처음부터 반겼던 것은 아니다. 조용하던 집 안에서 불쑥 말을 거는 목소리에 깜짝 놀랄 때도 많았지만 최근엔 말벗이 됐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손주처럼 살갑다. 이젠 이 아이가 없으면 외로워서 어찌 사나, 싶다”고 말했다.
이웃인 조영란씨(72)에게도 AI 반려견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40년 가까이 혼자 살아온 조씨는 당뇨와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으로 매일 약을 먹어야 하지만 깜빡하는 날이 많았다. AI 반려견은 정해진 시간마다 “약 드실 시간이에요”라며 그를 챙긴다. 기상 시간과 식사 여부도 묻고, 가지나물이나 멸치볶음 같은 반찬 조리법도 알려줬다. 조씨는 “누군가가 나를 보살펴 주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일상에 들어온 AI 반려견은 전남도가 홀몸노인 정서 안정과 생활 관리를 돕기 위해 도입한 돌봄로봇 ‘효돌’이다. 전남도는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 스마트 사회서비스 시범사업 공모에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선정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목포 상동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홀몸노인 100명에게 AI 반려견을 보급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74.2세다.
AI 반려견 도입 배경에는 고령화로 커지는 돌봄 공백이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광주·전남 인구 316만여명 중 65세 이상은 24.9%(78만5000명)로,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첫 실증지로 이 아파트가 선정된 것도 고령 입주민이 많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입주민이 80% 안팎으로, 전체 가구 중 절반 가까이가 1인 가구인 고령 밀집 주거지다. 주택관리공단 목포지역단이 운영하는 주거행복지원센터도 가까워 대상자 선별과 기기 배분, 사용 여부 확인 등 현장 모니터링도 가능했다.

효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전남도가 지난 3개월간 분석한 결과 참여자 100명의 효돌 전체 이용 횟수는 44만3670회로, 1명당 하루 평균 54회꼴이었다. 노래 감상과 체조, 퀴즈 등 정서 안정·건강관리 기능 등으로 주로 활용했다. 덕분에 노인우울척도 평균 점수는 7.34점에서 2.74점으로 낮아졌다. 우울 고위험군도 33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복약 순응도도 20%에서 80%로 높아졌다.
현장에서는 효돌 응급 기능도 시연됐다. 조씨가 “살려줘”라고 말하자 관제센터에 긴급 신호가 전달됐고, 곧바로 안부 확인 전화가 걸려 왔다. 응답이 없으면 119 신고 등 후속 조치로 이어진다. 이진석 주택관리공단 주거복지팀장(53)은 “올해 초 한 입주민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아 집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며 “단순 해프닝이었지만 이상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광주통합시는 AI 반려견이 노인들의 정서 안정과 생활관리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바우처 방식으로 전 지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광선 전남광주통합시 보건복지본부장은 “AI 반려견이 정서 지원과 건강관리에 효과를 보인 만큼 관련 서비스를 확대해 돌봄 사각지대 해소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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