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빗장 풀린 인뱅 3사…기업금융에서도 ‘메기’ 되나
가계대출 막힌 인터넷전문은행 중소기업 대출 진출 속도
시중은행 중심 기업대출 시장서 ‘메기’ 역할 주목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빗장이 풀렸다. 금융당국이 기업대출 심사 과정에서 기업 대표 면담과 담보물 확인 등 대면업무를 허용하기로 하면서다. 그동안 비대면 영업 원칙에 막혀 기업대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던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는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 기업금융을 새 성장축으로 키우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정례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대면 업무 범위의 합리적 조정 방안’을 의결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모든 업무를 전자금융거래 방식으로 해야 한다. 모바일과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 영업이 설립 취지인 만큼 영업점이나 대면 창구를 통한 업무는 제한돼 왔다.
관건은 기업대출 심사에 필요한 현장 확인이다. 개인신용대출과 달리 기업여신은 서류와 신용점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 많다. 실제 사업장이 존재하는지와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대출 자금의 용도와 상환계획의 신뢰도도 따져야 한다. 담보가 있는 경우 현황과 가치 확인도 필요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넘어 중소법인 대출로 확장하는 데 대면 절차가 사실상 걸림돌로 작용해온 이유다.
이번 조정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대출 심사 과정에서 기업 대표와 임직원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된다. 자금 용도와 상환계획 사업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가능해진 것이다. 담보물 현황과 가치 확인 대출 이후 자금 사용 적정성 점검 목적물 권리관계 조사 등도 가능해지면서 기업여신 심사와 사후관리의 빈틈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 대출은 대출 실행 전 현장 확인뿐 아니라 실행 이후 자금이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살피는 절차도 중요하다. 이번 조치로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심사 체계에 필요한 현장 확인을 결합해 기업대출 취급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채무조정 상담과 서류 원본 확인도 허용 범위에 포함되면서 기업 고객과 취약 차주 지원에도 대응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중소기업 대출 확대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 대출은 현장 실사와 정성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비대면 전환이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도 과거에는 서류 확인과 권리관계 점검 때문에 비대면 처리가 어렵다는 인식이 컸지만 현재는 모바일 중심으로 취급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역시 비대면 심사 체계에 제한적인 현장 확인 절차를 결합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새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영역으로 진출하려면 기업 심사 과정에서 필요한 대면 절차를 일부 허용해주는 것이 필수적이었다”며 “이번 조정으로 중소기업 대출 심사에 필요한 영역에서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믐 이미 기업금융 확대를 준비해오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전략에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가계대출 규제로 기존 성장 방식에 제약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대출은 수익원을 넓힐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면업무 허용으로 심사와 사후관리의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게 되면서 각 사가 준비해온 기업금융 사업도 실행 단계로 옮겨갈 여지가 커졌다.
카카오뱅크는 마스턴캐피탈 지분 100% 인수를 통해 캐피탈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할부금융을 시작으로 리스와 기업금융 투자금융(IB)까지 사업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지방은행과의 공동대출 모델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채널을 통해 고객 접점과 대출 정보를 제공하고 지방은행은 현장 심사와 기업 실사 등 대면 절차를 맡는 방식이다.
케이뱅크는 중소법인 대상 비대면 여신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대출 신청부터 심사와 실행 사후관리까지 기업금융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목표다. 개인사업자 금융에서 쌓은 비대면 신용평가 역량을 법인 여신으로 넓히는 작업으로 중소법인 대출 서비스를 내년 선보이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번 대면업무 허용으로 기업 실사와 사업 지속성 확인 등 비대면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절차를 보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토스뱅크도 기업금융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개인사업자 금융을 넘어 기업 고객군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 본인가를 바탕으로 자산관리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기업금융까지 보폭을 넓히며 수익원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중심의 기업대출 시장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가계대출 시장에서 비대면 편의성과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기존 은행권의 메기 역할을 해왔다. 기업대출 시장은 아직 시중은행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대면업무 규제 완화로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중소기업 고객에게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비대면만으로는 심사가 어려웠던 지방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자금 공급의 물꼬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가계대출도 처음에는 시중은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지금은 금리와 편의성을 보고 인터넷전문은행을 선택하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대출에서도 고객 편의성과 혜택을 앞세운다면 경쟁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채무조정 활성화 영역에서도 취약 차주를 위한 지원체계를 더 촘촘하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조치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전면적인 대면영업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대면업무 최소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허용된 대면업무를 수행하려면 예정일 7일 전까지 업무 내용과 방식 범위 등을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면업무 범위 제한 준수 여부를 정기검사 등을 통해 점검하고 법령 위반이 있을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비대면 서비스를 안전하게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비대면 금융 혁신이라는 본질적 설립 취지에 집중하면서 허용된 대면 범위를 리스크 관리와 포용금융의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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