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간 K-은행③-미국·유럽] 신한·하나·우리, 미국서 성장…유럽선 동반 부진
유럽,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 악화…적자·순익 60%대 급감
국민은행, 현지 법인 없이 뉴욕·런던지점 중심 CIB 전략 집중
![[이미지=ChatGPT]](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05/552793-3X9zu64/20260705141021571lzmu.png)
국내 주요 은행이 내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시대에 미국 JP모건체이스, 영국 HSBC, 일본 MUFG 은행 등 글로벌 메가뱅크와 비교하면 국내 은행의 해외 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해외 점포 수와 총자산 등 외형은 커졌으나 수익성 지표는 오히려 하락하는 등 양적 성장이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가별 금융 규제와 현지 문화 차이 등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이에 본지는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아시아 주요국(중국·일본·홍콩·인도)과 미주·유럽 시장에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펼치는 글로벌 사업 현황과 전략, 과제 등을 3부작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미국과 유럽은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맞물려 기업금융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핵심 선진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엄격한 금융 규제로 진입 장벽이 높고 현지 영업 환경도 까다로운 편이다.
미국에서는 우리아메리카은행이 순이익 선두를 달린 가운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주요 법인들도 3~4배 안팎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유럽에서는 우리은행 법인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다 다른 은행들의 순이익도 절반 이상 급감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미국 점포는 총 17개로 인도(22개), 베트남(20개)보다 적었다.
그러나 총자산은 376억달러로 국가별 1위를 기록했다. 베트남(171억달러)의 두 배, 인도(37억달러)의 10배를 웃도는 규모다.
이는 미국 금융시장의 특성상 건당 거래 단위가 큰 기업금융 비중이 높은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유럽은 점포 수와 자산 규모 모두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유럽 점포 수는 31개로 △2023년(27개) △2024년(29개)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했다.
특히 영국의 지난해 총자산은 전년 대비 19.0% 늘어난 275억달러로 국가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미국과 유럽은 1980~1990년대 국내 은행 해외 진출의 핵심 무대였지만 이후 무게중심은 중국을 거쳐 동남아 등 아시아 신흥국으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아시아 편중은 갈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삼정KPMG는 국내 은행권 해외점포의 64%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어 특정 국가의 경기 둔화와 환율 변동, 규제 변화에 취약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에 북미의 IB(투자은행)·WM(자산관리) 시장과 유럽의 핀테크 시장 등을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삼아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순익 두 자릿수 증가…유럽은 60%대 급감
미국에서는 우리은행을 선두로 4대 은행이 대체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은 지난해 530억원의 순이익(전년 대비 42.3%↑)을 올리며 글로벌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베트남우리은행(716억원)에 이어 우리은행 전체 해외 법인 중 2위 성적표다.
하나은행도 현지 법인 3곳이 모두 흑자를 내며 총 303억원(57.6%↑)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하나은행USA를 산하에 둔 중간지주사 하나뱅코프는 지난해 순이익 157억원(253.3%↑)을 거두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KEB하나로스엔젤레스파이낸셜도 107억원의 순이익(1.3%↑)을 보탰다. 다만 KEB하나뉴욕파이낸셜은 7.3% 감소한 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아메리카신한은행은 순이익 184억원(278.7%↑)을 기록하며 수익 규모를 약 4배나 키웠다.
반면 유럽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현지 법인을 둔 우리·신한·하나은행이 모두 수익성 부진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우리은행은 지난해 4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최근 3년 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이 법인은 2018년 설립 이후 현지 수익 기반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22년(+13억원)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줄곧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2024년(-63억원)보다 손실 규모를 21억원 줄이며 적자 폭을 축소했다.
유럽신한은행의 순이익은 41억원으로 68.3% 급감했고 독일KEB하나은행 역시 65.6% 쪼그라든 39억원에 머물렀다.
유럽의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와 신규 지점 개설 비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KB국민은행은 미국과 유럽에서 별도의 현지 법인 없이 뉴욕·런던지점을 거점으로 CIB(기업금융·투자은행)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엄격한 규제·정책 불확실성…4행4색 선진시장 전략
미국은 AI(인공지능)·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 확대에 따라 기업금융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자금세탁방지(AML)와 금융보안 등 규제 준수 부담이 크고 감독당국이 요구하는 리스크 관리 기준도 까다롭다.
관세와 이민 규제 등 정책 변수 역시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힌다. 넓은 국토 특성상 대면 리테일(소매금융) 영업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유럽은 비교적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지만 중동발 에너지 충격과 경기 둔화가 기업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축이 은행권으로 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영국 등 금융 선진국의 경우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엄격히 심사하고 있어 제도적 진입 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4대 은행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뉴욕·런던지점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거점 전략을 펼치고 있다. 뉴욕지점은 미주 지역 CIB 거점이자 자금조달 창구로서 역할을 확대하는 추세다. 런던지점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의 금융허브로서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등 우량 IB 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정책금융기관·현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진출 기업 지원과 이용자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국외 점포에 AI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여기에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전담 검사 인력을 늘리는 등 내부 단속과 리스크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하나은행은 유럽과 미국에서 현지 네트워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유럽에서 영국·프랑스·네덜란드 지점과 헝가리 사무소 등을 운영 중인 가운데 지난해 폴란드 지점을 추가로 열어 동유럽까지 영업 범위를 넓혔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LA 지점을 개설해 북미 네트워크를 한층 보강했다.
우리은행은 미국 조지아·텍사스 등 남부 지역에 진출하는 반도체·2차전지 대기업을 겨냥해 기업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고도화를 통해 비대면 리테일 경쟁력도 함께 키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신규 자산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와 리스크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외형 확대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현지 규제와 경쟁 강도가 높은 만큼 자산 확대보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고 리스크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곽소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