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아파트가 곧 스펙”…소개팅·결혼소개도 ‘거주지 인증’ 등장
등본 조회 거쳐야 가입 가능
2030 전용 소개팅앱 화제
빌라·오피스텔 거주자 제외
“생활권 연결” “그들만의 리그”
긍정과 비판시각 엇갈려 시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거주 중인 아파트가 일종의 ‘스펙’으로 통하는 시대가 됐다. 부동산 계급화가 공고해지면서 이제는 아파트 거주 사실을 인증해야만 가입할 수 있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학력과 직장, 소득에 이어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가 이성 간 만남의 조건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운영사는 이용자 동의를 받아 주민등록등본 정보를 전자 조회한 뒤, 등본상 주소와 아파트 주소 데이터를 대조해 거주 여부를 확인한다. 공문서 사진을 직접 제출하는 것보다 절차는 간편하고 위변조 위험은 낮췄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가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는 구분하지 않는다.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까지 포함해 실제 아파트에 거주하기만 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반면 빌라나 오피스텔 거주자는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운영사 측 설명이다.
앱을 직접 살펴보니 가입과 동시에 사진과 나이, 거주 지역 정보가 다른 이용자에게 노출됐다. 이용자가 원하면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을 인증해 소득 수준과 직장까지 공개할 수 있다. 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소식을 나눌 수 있는 기능도 마련됐다. 별도로 관심 지역을 설정하면 해당 권역이나 인근 아파트에 사는 이성을 추천받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아파팅 앱 운영사인 커넥트서울에 따르면 출시 후 누적 가입 신청 건수가 1000건을 넘어섰다. 현재 광고는 부동산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 등을 통해 노출되고 있으며 우선 서울·경기·인천과 대구·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이용자를 모으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파트 거주를 매개로 한 만남 서비스는 온라인 앱에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앞서 오프라인에서는 단지 단위의 결혼중매 조직이 법인화 단계까지 진행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초구 반포동 초고가 아파트 단지 래미안 원베일리다. 이 단지에서는 지난 2023년 입주민 자녀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중매 모임인 ‘래미안원베일리 결혼정보모임회(원결회)’가 결성됐다. 해당 모임은 지난해 법인인 ‘원베일리노빌리티’로 전환됐으며 현재는 단지 소유자나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가입할 수 있도록 자격을 확대한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벌어지는 집값 격차와 무관하지 않다. 어느 단지에 사느냐에 따라 자산 규모가 수십억 원씩 갈리게 되면서 아파트는 거주 공간을 넘어 생활 수준과 자산 여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사는 곳이 곧 계급처럼 인식되는 부동산 계층화가 청년층의 연애·결혼 시장에까지 번진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집값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사람들은 사는 동네와 단지로 상대의 처지를 짐작하게 된다”며 “비슷한 자산 수준의 사람을 만나려는 욕구가 거주지 인증이라는 서비스로 구체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거주지를 기준으로 한 만남이 확산할수록 자산과 사는 지역에 따른 계층 구분이 더욱 공고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30 중에는 전월세나 빌라,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이 더 많을 텐데 아파트로만 한정하니 자산가용 앱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소개팅도 아파트에 살아야 받을 수 있는 시대냐”는 등의 반응이다.
운영사 측은 자산 수준별 계급화가 아닌 생활권 매칭에 방점이 찍힌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신정환 커넥트서울 대표는 “아파트는 단순한 주소를 넘어 상대와의 물리적 거리, 생활권과 생활환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정보라 활용한 것”이라며 “같은 단지 안에서 만났다 헤어지면 오히려 불편할 수 있어 인근 단지를 연결하는 데 무게를 뒀고 ‘같은 단지 피하기’ 기능도 넣었다”고 말했다.
다만 신 대표는 “집값과 독립 부담이 커진 현실에서 2030의 주거 형태가 연애와 관계 형성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상이 반영된 서비스는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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