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감성인 줄 알았는데"… 라스베이거스 홀린 스마트글라스의 '진짜 주소'

나광현 2026. 7. 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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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중국 과학기술 해부: 대륙 밖으로
CES 흔들어 놓은 제품... 사실 중국 출신
킥스타터 모금액도 중국이 서구권 추월
"하드웨어 강점 영향은 앞으로도 계속"
편집자주
'짝퉁'과 '탈취'만으로 중국의 첨단기술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인공지능(AI)·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국 혁신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한국이 무엇을 경계하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짚어봤습니다.
중국 선전의 스마트 글라스 기업인 이븐리얼리티(Even Realities)의 제품인 이븐 G2. CES 홈페이지 캡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기술 박람회 CES 2026.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 글로벌 가전기업들의 부스가 자리해 '메인 무대'로 통하는 LVCC 센트럴 홀에서 폭발적 존재감을 드러낸 혁신 제품들이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 AR(증강현실) 스마트 글라스(안경)였다. 이 중에서도 이븐리얼리티(Even Realities)가 내놓은 '이븐 G2'는 카메라와 스피커를 과감히 생략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원천 차단하고, 40g 미만의 초경량 스펙으로 이목을 끌었다. 특히 유럽 고급 아이웨어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디자인은 '스마트 기능을 차치하더라도 패션 안경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찬사를 받았다.

꼼꼼한 만듦새나 유럽풍 디자인, 영어와 서구권 모델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을 보면 유럽 업체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븐리얼리티는 2023년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출발한 중국 스타트업이다. CES 센트럴 홀을 함께 차지한 스마트 글라스 업체들인 '로키드' '엑스리얼' '레이네오' 역시 모두 중국 태생이다. 글로벌 하이테크 무대의 정중앙에 중국 테크 기업들이 당당히 자리한 셈이다.

이븐리얼리티의 창립 초기부터 마케팅 전략을 컨설팅해온 와피티 인터랙티브의 켄 수 공동창립자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중국 제품들이 보완해야 할 부분은 마케팅 전략이나 이미지 정도로, 기술력은 이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며 "앞으로도 혁신 하드웨어 제조 생태계가 선전을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용히 첨단 시장 장악하는 중국 제품

4월 26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난산구 사무실에서 켄 수 와피티 인터랙티브 파트너가 한국일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선전=나광현 기자

중국 제품들이 전 세계의 최첨단 가전 시장을 장악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켄에 따르면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의 통계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두드러진다. 켄은 "2022년 중국 창업자들이 킥스타터에서 모금한 자금은 서구권 창업자들의 모금 규모를 넘어섰다. 지난해 100만 달러 이상 펀딩에 성공한 기술과 디자인 65개 가운데 80~90%가 중국 창업자들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중국 업체가 장악한 시장 변화를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들이 굳이 뿌리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서구권 업체의 외관을 만들기도 한다. 글로벌 매출 1,000억 원을 넘기며 성공한 초경량 AI 음성 녹음기 '플라우드 노트'가 대표적이다. 플라우드는 중국 선전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며 싱가포르를 거쳐 현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본사를 옮겼다. 이븐리얼리티 역시 창립 초기 덴마크 고급 안경 브랜드인 린드버그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영입해 '유럽풍 외관'을 만들어냈다.


하드웨어 기반 토대로 더욱 성장 전망

4월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난산구 '이노100(INNO100)' 매장에서 이노100 공동창업자인 웨인 장이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선전=나광현 기자

첨단 가전 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선전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하드웨어 제조업 생태계가 일등 공신이다.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플라우드도 여전히 생산은 선전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 태생 업체들도 중국 시장에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고 공급망을 옮기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이노 스튜디오'를 열어 중국 혁신 제품들의 글로벌 진출을 도와온 웨인 장 랑한테크 대표도 이 같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웨인은 지난해 11월 '가장 혁신적인 업체 100개의 제품을 소개한다'는 모토로 '이노100(INNO100)'이라는 매장을 선전에 열었는데, 에이트슬립(Eight Sleep)과 같은 미국 기업들도 입점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웨인은 "코로나19 이후 실리콘밸리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지만, 선전에서는 여전히 하드웨어 기술을 개발한다"며 "혁신 측면이나 투자 분위기는 선전이 (실리콘밸리보다) 낫기 때문에 전 세계의 많은 업체들이 중국으로 공급망을 옮기려고 한다"고 전했다.

4월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난산구 '이노100(INNO100)' 매장에 방문한 손님들이 스마트 글라스 제품을 착용해보고 있다. 선전=나광현 기자

 

2026 차이나 리포트

  1. ① <1> 중국 과학굴기 해부: 인재 도둑은 없다
    1. 한국 영재 '중국 공대' 갈 때, 중국인은 '한국 도피 유학' 온다
    2. '인재에 미친 나라' 중국이 한국인 교수에게 건넨 것들... 억대 연봉·공항 프리패스·영주권
  2. ② <2> 중국 과학굴기 해부: 우리가 외면한 중국
    1. 짝퉁? 탈취?… 중국이 말했다 "첨단기술 빼앗길까 걱정"
    2. "협력 안 하면 중국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반중 정서'에 주한중국대사의 경고
    3. 중국의 과학기술은 훔친 것?... '현실 직시' 막는 혐중 인식
    4. 주한중국대사 "중국 과학기술 새로운 단계, 한국 객관적 인식 확립해야" [인터뷰 전문]
  3. ③ <3> 중국 과학굴기 해부: 중국의 실리콘밸리
    1. 인재들이 '제 발로' 모인다… 잘 나가는 美 창업자들도 앞다퉈 '선전행'
    2. 미국에서 6개월 걸릴 일이 '여기'선 6주… 대표 '기술 관광지' 된 선전
    3. 15분 만에 드론이 망고주스 배달… 선전에선 미래기술이 일상이다
  4. ④ <4> 중국 과학굴기 해부: 마피아와 카피캣
    1. "퇴사했대" 사흘 안에 소문이 '쫙'… 선전 생태계 확장하는 'DJI 마피아'의 힘
    2. "아이템도 없는데 300억 줘버려요"… '출신' 하나로 투자자 줄 서는 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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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신입은 일 안 준다? '이곳'선 예외… '천재 엔지니어' 키우는 비결
  5. ⑤ <5> 중국 과학굴기 해부: 기술 포비아는 없다
    1. "이게 무인차라고?" 한국 vs 중국 자율주행 택시 직접 타봤다
    2. 한국은 2028년으로 미뤘는데 중국은 이미 손님 태운다… UAM 격차 현장 [인터뷰]
    3. 춤추는 로봇은 시시하다... 중국이 진짜 키우는 건 '일하는 로봇'
    4. 중국 로봇 "실리콘밸리도 못 따라온다"... 인간 기록 깬 로봇 뒤엔 [인터뷰]
  6. ⑥ <6> 중국 과학굴기 해부: 공산당의 뚝심
    1. '이공계'에 미친 중국 지도부의 '뚝심'... 반도체에만 299조 쏟았다
    2. "여기가 딥시크 창업자 집이래"… 과학기술자가 의사보다 존경 받는 중국
    3. "테슬라는 아무나 살 수 없지만 우리는 다르다" 중국 BYD의 자신감[인터뷰]
  7. ⑦ <7> 중국 과학굴기 해부: 어두운 한국 연구실
    1. "한국에서 과학자 하면 바보"… 우울한 과학고 동창회 뒤에는
    2. 중국은 양자·우주 향해 질주하는데…한국선 "인프라도, 연구할 사람도 없다"
  8. ⑧ 한국일보 '차이나 리포트'를 읽고
    1. "이대로면 중국에 다 따라잡힌다"… 서울대, '반도체·SMR' 연구단체 첫 출범
    2. "한국 과학 인재 중국행 보도에 가슴 아파"... 본보 독자, 서울대 공대에 매년 1억 기부
  9. ⑨ <8> 중국 과학굴기 해부: 활기찬 중국 연구실
    1. "박사는 중국 가서 딸 것"… 몽골 컴퓨터 인재, 한국 이공계에 작별 고하다
    2. "2학년부터 연구실로"…설립 14년 중국 대학, 서울대 제친 비결은
    3. 논문 없어도 박사학위… 대학 순위 석권한 중국, 학문 표준까지 바꾸다
  10. ⑩ <9> 중국 과학굴기 해부: 실패할 자유
    1. "실패 책임 묻지 않겠다" 시진핑의 공문... 선전, 도전에 미친 도시 됐다
    2. 홍콩 명문대 '창업 허브'가 중국 선전에 있는 이유... "실패 문제 삼지 않아"
    3. "완제품 만들기 전 실패해보는 곳"… 외국인 몰려드는 중국 창업 실험실
  11. ⑪ <10> 중국 과학굴기 해부: 더 나은 실패로
    1. "창업지원금 받으려 출첵만"… 텅 빈 유니콘룸, 한국은 무엇을 놓쳤나
    2. '실패 경험담' 나누는 카이스트… "실패, 낙오 아닌 경험의 자산"
    3. "틀렸어, 야르~" 털어내는 실험실… 아이들 마음에 '과학' 심는다
  12. ⑫ <11> 중국 과학굴기 해부: 대륙 밖으로

 

선전=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선전=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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