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24시간 거래 첫발…NDF 물량 끌어오고 밤샘 변동성 잡을까
등록외국기관 접근성 높여 역외 수요 유도
원화 17년 저점…심야 호가 공백은 변수

원·달러 현물환시장이 6일부터 주중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한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이뤄지던 원화 헤지 수요 일부를 국내 시장으로 유도해 접근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다만 원화가 17년 만의 저점 부근에 머무는 가운데 심야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적은 주문에도 환율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는 6일부터 원·달러 현물환시장의 거래 공백을 없애 주중 24시간 운영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시범 거래를 진행했고, 기존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였던 거래시간을 새벽과 아침까지 확대한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거래시간 연장을 넘어 외국 금융기관의 원화 접근성을 높이고 원화 거래를 국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외환시장 구조개선의 일환이다. 등록외국기관 등 해외 금융기관이 시간 제약 없이 국내 현물환시장에 참여하면 해외 투자자도 이들을 통해 원화 환전과 환헤지를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다.
◆ '꼬리가 몸통 흔드는' 구조 손본다
정책의 핵심은 역외 NDF 시장에서 이뤄지던 원화 헤지 수요 일부를 국내 현물환시장으로 유도하는 데 있다. NDF는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계약환율과 만기환율의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국내 외환시장이 닫힌 시간에도 원화 위험을 관리할 수 있어 해외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해왔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 닫힌 야간에 형성된 NDF 가격이 헤지 거래를 거쳐 국내 현물환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충격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작은 역외시장이 국내 원화 가격을 좌우하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신 총재도 지난 5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야간 NDF 거래가 헤지를 거쳐 국내 현물환과 선물환시장에 파급되는 경로를 지적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달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 역외 NDF 거래를 통한 쏠림이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NDF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련 거래를 국내 인도가능선물환(DF) 시장으로 흡수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24시간 거래가 안착하면 등록외국기관의 참여와 거래량이 늘어나 매수·매도 호가가 촘촘해지고 가격 발견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 기존 연장시간대 거래는 전체 현물환 거래량의 약 20%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런던 금융시장의 오전 시간에 집중돼 있다.
외환시장 접근성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평가 요소다. MSCI는 지난달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유지하면서 원화가 역외에서 결제되지 않는 점과 연장시간대의 부족한 유동성을 문제로 지적했다. 거래시간 확대만으로 편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해외 참여와 유동성이 지속되는지가 관건이다.
◆ 얇은 새벽 호가가 변수
가장 큰 위험은 심야와 새벽의 유동성 공백이다. 뉴욕장 후반부터 아시아 시장이 다시 열리기 전까지 거래 상대방이 줄어들면 호가 간격이 벌어지고 작은 주문에도 환율이 급변할 수 있다. 정부도 유동성 부족으로 과도한 가격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시장안정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야간 인력과 해외 거점을 보강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3교대 인력을 늘리고 우리·신한·KB국민은행도 영국 현지 인력을 확충했다. 딜러뿐 아니라 야간 신용한도와 결제, 전산 장애 대응까지 24시간 체제로 바꿔야 해 운영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제도 개편의 성패를 첫날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나 하락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심야에도 충분한 거래량과 촘촘한 호가가 유지되는지, 해외 금융기관의 참여가 늘어나는지, 역외 NDF 수요가 국내 시장으로 실제 이동하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다.
신 총재는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원화 국제화를 추진해서 제도권 안에 이걸 끌어들이는 작업"이라며 "원화가 훨씬 더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양성화되고 또 투명화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