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도 N분의 1 시대"…쌀 1㎏·고기 400g, 유통가 '소분 경쟁'

한전진 2026. 7. 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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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더치페이 시범 도입…내달 전면 확대
마트·편의점 한 끼용 소용량 상품 확대
1~2인 가구·고물가에 '필요한 만큼' 소비
유통업계, 상품 넘어 서비스 경쟁도 변화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쌀은 1㎏, 고기는 400g만.”

유통업계에 ‘소분(小分)’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물가와 1~2인 가구 증가 속에 대용량보다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는 소비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한 끼 분량 상품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고, 배달 플랫폼도 함께 주문한 음식을 각자 계산하는 기능까지 내놓으며 달라진 소비 흐름에 맞춘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델리 코너에서 고객들이 소용량·가성비 콘셉트의 '요리하다 월드뷔페'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5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앱(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은 공동 주문 서비스 ‘함께주문’에 더치페이 기능을 시범 도입해 이달 중 전면 확대할 예정이다. 주문자가 먼저 결제한 뒤 배달이 완료되면 참여자들이 전체 금액을 균등하게 나누거나 각자 주문한 메뉴에 맞춰 손쉽게 비용을 정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필요한 만큼 개별화해 소비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최근 각자 먹을 만큼 주문하고 비용도 나누는 소비 문화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흐름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더욱 뚜렷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신선식품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1~5월 1㎏ 소용량 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10㎏·20㎏ 중심으로 판매하던 쌀을 1㎏ 단위까지 세분화한 것이다. 샤브샤브와 제육, 불고기 등에 맞춘 400g ‘간편 한끼 축산’ 시리즈도 운영하며 한 끼 소비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이마트(139480)도 용량을 줄인 상품을 앞세워 소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초저가·소용량 자체브랜드(PB) ‘5K프라이스’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2500만개를 돌파하며 목표 매출을 30% 이상 웃돌았다. 소용량 신선식품 판매도 증가세다. 올해 1~5월 조각 수박 매출은 55%, 황도·망고·복숭아 등 가공 조각과일 매출은 450% 증가했다. 한입 크기로 손질한 ‘겉바속촉 네모 삼겹살’도 출시 3개월 만에 175톤(t)이 판매됐다.

편의점은 ‘집 앞 장보기’를 앞세워 소용량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CU의 올해 1~5월 소포장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3.8% 증가했고, 990원·1990원 채소 시리즈는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넘어섰다. 장보기 특화점도 올해 500여 곳까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GS25 역시 1~2입, 200g 이하 소용량 신선식품 매출이 42.3% 증가했다. 200g ‘한 끼 양념육’과 소용량 농산물 ‘한끼딱’ 시리즈를 잇달아 선보이며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간편 한끼 축산 시리즈 '알뜰 한끼 우삼겹' 상품 (사진=롯데마트)
유통업계가 소분 상품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배경에는 소비 방식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가성비 소비’였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식재료를 남기지 않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특히 신선식품은 보관 기간이 짧고 폐기 부담이 큰 만큼 용량보다 활용성과 편의성을 우선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달과 퀵커머스(즉시배송) 확산도 이런 변화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필요한 순간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소비가 일상화하면서 유통업계의 상품 기획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 대용량 상품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소용량 상품군을 함께 확대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신선식품을 넘어 간편식,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소분 전략이 확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1인 가구뿐 아니라 맞벌이 가구와 고령층까지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과거에는 대용량 할인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구매 부담을 낮추고 활용도를 높인 소용량 상품 역시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도 소비자 생활 방식 변화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 확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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