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광고]"참~치" 한마디…참치캔의 운명을 바꿨다

김다이 2026. 7. 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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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금지곡' 된 동원참치의 중독성 있는 CM송
광고 한 편으로 40년 국민 브랜드를 젊은 브랜드로
밈과 숏폼으로 완성한 동원참치의 브랜드 리빌딩
그래픽=비즈워치
[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낮게 깔리는 비트가 일정한 리듬으로 반복되며 광고의 시작을 알린다. 화면은 강렬한 노란색 배경으로 채워지고, 배우 조정석이 등장해 특유의 묵직한 저음으로 "참치~"를 외친다. 이어 "요리로 참~치, 조리로 참~치"라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흐르자 화면 양옆에는 커다란 참치캔이 리듬에 맞춰 등장한다.

여유로운 템포의 배경음악 위로 "이건 맛의 대참치"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정석과 손나은은 상추쌈밥, 샐러드, 볶음밥, 샌드위치, 미역국, 까나페 등 참치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요리를 소개한다.

두 사람은 단순하면서도 따라 하기 쉬운 율동을 곁들이며 광고 전체에 경쾌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광고 후반부에는 "참치 레시피 오조오억개"라는 문구가 등장해 참치의 활용도를 강조한다. 마지막에는 다시 한번 "이건 맛의 대참치"라는 카피가 울려 퍼지며 강한 중독성과 함께 광고가 마무리된다.

"이건 맛의 대참치"

2019년 7월 공개된 동원F&B의 동원참치 광고는 등장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복잡한 설명 대신 단순한 메시지를 중독성 강한 노래에 담아낸 전략이 제대로 통했던 건데요. 젊은 층의 술자리 게임 노래로 잘 알려진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를 변형한 대사부터 "동원참치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오조오억 개"라는 재치 있는 표현까지, 광고는 시작부터 끝까지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했습니다. 

동원참치 조정석과 손나은 CF/사진=동원F&B

결과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습니다. 조정석과 손나은이라는 예상 밖 조합도 광고의 재미를 배가시켰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는데요. "살면서 광고를 직접 검색해서 찾아본 건 처음이다", "참치 광고가 이렇게 비장할 일이냐", "조정석이 크림파스타라면 손나은은 오이피클 같은 조합이다"라는 댓글들이 쏟아졌습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강한 중독성을 지닌 이른바 '수능 금지곡'이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광고는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에 공개된 지 한 달 만에 조회수 1500만회를 돌파하며 그해 공개된 모든 광고 가운데 누적 조회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죠. 이후 전체 온라인 채널 누적 조회수는 3000만회를 넘어서며 거침없는 흥행을 이어갔습니다.

'참치=김치찌개' 공식을 깨다

사실 동원참치는 이미 국내 참치캔 시장의 절대 강자였습니다. 1982년 출시 이후 40년 넘게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업계 1위라고 해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동원이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숙제는 바로 '참치를 어떻게 더 다양하게 먹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당시 소비자들에게 참치는 여전히 '김치찌개나 김치볶음밥에 넣어 먹는 통조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특히 젊은 층에게 참치캔은 자취방 한구석에 놓여 있는 비상식량 같은 존재였죠. 먹을 게 마땅치 않을 때 꺼내 먹는 식품일 뿐 식탁의 주인공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동원F&B는 이 인식을 바꾸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먼저 2018년 '쿡캔' 프로젝트를 통해 참치캔 뚜껑에 55종의 레시피 일러스트를 담아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활용법을 제안했습니다. 이후 광고 곳곳에 참치 샐러드, 참치 상추쌈, 참치 미역국 등 다양한 조리법을 반복적으로 등장시켰는데요. 참치를 더 이상 비상식량이나 반찬 재료가 아닌, 일상 식재료이자 간편한 단백질 식품으로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였죠.

이 전략은 예상보다 훨씬 큰 효과를 냈습니다. 소비자들은 광고를 단순히 보는 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광고를 따라 부르고, 패러디하고, 직접 재생산하기 시작했는데요. 수동적인 소비가 자발적인 놀이 문화, 즉 밈(Meme) 문화로 발전한 겁니다.

쿡캔 프로젝트/사진=동원F&B

특히 혼자 식사하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참치는 더 이상 자취방 찬장의 비상식량이 아니었습니다. 광고 속 참치 활용법과 깨알같이 숨어 있던 레시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참치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광고 기획을 담당했던 관계자들은 해당 캠페인의 목표를 "'김치찌개'에 국한된 소비 방식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실제로 광고 공개 이후 1인 가구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이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동원F&B는 광고 집행 이후 온라인 버즈량이 크게 증가했는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창원공장의 참치 생산량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향후 핵심 소비층이 될 젊은 세대에게 참치캔의 새로운 활용 가치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각인시킨 셈입니다.

이런 변화에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한몫했습니다. 동원참치 대표 제품인 '라이트 스탠다드' 한 캔(135g)에는 성인 하루 권장 단백질 섭취량의 절반 수준인 25g의 단백질이 들어 있습니다. 달걀 4.3개, 두부 한 모, 닭가슴살 110g과 맞먹는 수준인데요. 여기에 칼슘과 DHA, 오메가3 등 다양한 영양소까지 갖춘 데다 '캔만 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편의성까지 더해지면서 참치는 젊은 층 사이에서 '트렌디한 건강 식재료'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자산이 된 '대참치 세계관'

동원F&B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성공 공식을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 키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에는 정동원과 펭수를, 2021년에는 그룹 2PM의 준호와 찬성을 모델로 기용해 프로젝트 그룹 '팀 치치(TEAM CHICHI)'를 선보였습니다. K팝 스타일로 재해석한 '오. 마이. 갓. 참치!' 뮤직비디오는 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유튜브 조회수 1500만회를 넘어섰습니다.

동원참치 팀 치치 CF/사진=동원F&B

2022년에는 그룹 아이브의 안유진과 함께 '한숨에한캔' 틱톡 챌린지를 진행했습니다. 고추참치와 야채참치 등 다양한 제품명을 한 호흡에 읽어내는 독특한 방식의 챌린지는 일주일 만에 해시태그 조회수 3000만회를 돌파하며 틱톡 우수 광고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계보는 2025년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과의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평소 낚시를 즐기던 진이 만든 자작곡 '슈퍼 참치'가 글로벌 히트곡으로 성장하자, 동원F&B는 이를 정식 캠페인으로 연결했는데요. '고단백 슈퍼참치' 캠페인은 무려 조회수 3740만회를 기록했습니다. 동원참치를 글로벌 K푸드 브랜드로 확장시키는 데 성공한 셈이죠.

식품 광고의 문법도 바꿨다

동원참치 광고는 식품업계 전체의 광고 스타일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과거 식품 광고가 제품의 맛과 원재료를 설명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동원참치는 중독성 있는 CM송과 반복적인 밈 요소, 숏폼 친화적인 콘텐츠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이후 식품업계 전반에서 짧고 강렬한 CM송과 챌린지형 광고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광고업계가 이 캠페인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광고를 만든 것이 아니라 출시 38년 된 국민 브랜드가 기존 소비자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세대를 성공적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동원참치 BTS 진 CF/사진=동원F&B

실제로 이 광고는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선정한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해 국내 광고 가운데 유일하게 '구글 아시아·태평양 유튜브 광고 리더보드'에 선정되기도 했죠. 더불어 국내 최고 권위의 '2019 대한민국광고대상' 오디오 부문 금상까지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습니다.

결국 '대참치' 캠페인의 진짜 성공은 광고 조회수나 수상 실적에 있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이 참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꿨고, 오래된 브랜드도 다시 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데 있습니다.

요리에 활용하기 좋은 '라이트 스탠다드'부터 고추·야채참치 같은 가미참치, '동원맛참'까지. 동원참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2019년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따라 불렀던 "참~치" 한마디가 40년 전통 국민 브랜드의 운명을 다시 한번 바꿔놓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다이 (neverdi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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